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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보다 관 삽입·제거가 더 위험할 수 있다? 공기 색전증과 고압산소치료

octopus27 2026. 9. 16. 08:00

중환자실에서 일하다 보면 가족들이 가장 많이 놀라는 순간이 정작 "큰 수술"이 아니라 아주 사소해 보이는 처치일 때가 있어요. 중심정맥관(목이나 쇄골 밑 큰 정맥에 넣는 굵은 관으로, 수액이나 약물을 빠르게 투여하거나 채혈을 위해 사용해요) 빼는 것도 그중 하나거든요. 다 나아서 퇴원 준비하다가 관 하나 제거하는 그 짧은 순간에 공기색전증이라는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아는 보호자는 거의 없더라고요. 오늘은 이 공기색전증이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는지, 심하면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치료하는지, 그리고 한국과 일본은 이런 사고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까지 제 경험을 섞어서 풀어볼게요.

실제로 있었던 사고 하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실제로 올라온 사례가 있어요. 80대 남성 환자분이 폐렴과 위궤양 출혈로 중환자실에서 한 달 가까이 치료받고 상태가 좋아져서 퇴원을 준비하고 있었대요. 그런데 중심정맥관을 제거하던 중 갑자기 의식이 처지면서 혈압과 맥박이 잡히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응급으로 뇌 CT를 찍었더니 공기색전증이 확인됐고, 5시간쯤 지나 우측 두정엽에 뇌경색과 부종까지 왔습니다. 결국 보호자가 연명치료 중단에 동의했고 환자분은 돌아가셨어요. 이후 양측이 합의금으로 마무리한 사건이에요. 제가 실제로 겪은 케이스는 아니지만, 중환자실에서 매일같이 관을 넣고 빼는 저희 입장에서는 남의 일 같지가 않은 사례라 소개해봐요.

수술보다 오히려 관을 넣고 뺄 때가 위험할 수 있다

공기색전증은 혈관 안으로 공기가 들어가서 그 공기방울이 혈류를 타고 이동하다가 심장이나 폐, 뇌의 혈관을 막아버리는 상태예요. 뇌 수술이나 척추 수술처럼 정맥이 열린 상태로 오래 진행되는 큰 수술 후에 생기기도 하지만, 제 경험상 오히려 더 자주 문제가 되는 건 중심정맥관이나 흉관(가슴속 공기나 혈액, 체액을 빼내기 위해 넣는 관)을 넣거나 뺄 때예요. 관을 넣을 때는 바늘이 혈관에 들어가는 순간 실수로 공기가 딸려 들어갈 수 있고, 뺄 때는 관이 있던 자리가 잠깐이라도 대기에 열리면서 정맥 안이 음압 상태일 때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식이죠. 실제로 일본의료기능평가기구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집계한 자료를 보면, 폐쇄식 커넥터를 제대로 잠그지 않은 채 수액 라인을 분리했다가 공기색전증으로 뇌경색이 온 사고가 7건 보고됐더라고요. 클램프 하나 안 잠갔다는 아주 기본적인 실수가 원인이었던 경우가 많았어요.

고령 환자를 다룰 때 더 긴장하게 되는 이유

관을 뺄 때 저희가 환자분께 항상 부탁드리는 게 있어요. "숨 크게 들이쉬고 참으세요" 하는 발살바 수기인데, 숨을 참아서 가슴속 압력을 높여주면 정맥압도 같이 올라가서 공기가 빨려 들어갈 틈이 줄거든요. 문제는 이 지시를 잘 따라 주실 수 있는 환자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인지 기능이 떨어져 계시거나, 갑자기 기침을 하시거나, 통증 때문에 몸을 움찔하시는 고령 환자분들은 이 타이밍을 맞추기가 훨씬 힘들어요. 그래서 눕히는 자세부터 관 제거 순서까지 저희끼리 더 꼼꼼하게 확인하고 들어가게 되죠. 젊고 협조가 잘 되는 환자분과 똑같은 절차라도 체감하는 긴장도는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경증과 중증은 흘러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공기가 아주 소량 들어간 경우는 대부분 아무 증상 없이 지나가요. 나중에 다른 이유로 찍은 영상 검사에서 우연히 작은 공기방울이 발견되는 정도로 끝나는 일도 흔하고요. 하지만 들어간 공기량이 많아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갑자기 숨이 차고 어지럽다고 하시다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시고, 혈압이 뚝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는 순서로 진행되는 경우를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청진을 해보면 물레방아 도는 소리 같은 특이한 심음이 들리기도 하는데, 이건 공기와 혈액이 심장 안에서 섞이면서 나는 소리예요. 공기량이 50 mL를 넘어가면 우심실에서 폐로 나가는 혈류 자체를 막아버릴 수 있어서 심정지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 있고요.

응급처치는 자세부터, 그다음이 고압산소치료

공기색전증이 의심되는 순간 저희가 제일 먼저 하는 건 자세를 바꾸는 거예요. 환자분을 왼쪽으로 눕히고 머리를 다리보다 낮게 두는 자세(듀랜트 체위라고 부르는데, 트렌델렌버그 자세를 왼쪽으로 눕힌 형태예요)를 취하면 공기 방울이 우심실 꼭대기 쪽에 갇혀서 폐동맥 쪽으로 넘어가는 걸 막아줄 수 있거든요. 동시에 100% 산소를 최대한 빠르게 공급하고, 아직 관이 남아 있으면 그 관을 통해 공기를 흡인해 보기도 해요. 심정지가 왔다면 당연히 심폐소생술을 바로 시작하고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증상이 심하거나 신경학적 증상이 남는 경우에는 고압산소치료를 받게 되는데, 압력이 높은 챔버 안에서 순도 높은 산소를 마시게 하면 혈액 속 산소 분압이 확 올라가고 반대로 질소 분압은 낮아지면서 공기 방울 자체의 크기가 서서히 줄어드는 원리예요. 잠수병 치료에 쓰는 방식과 똑같은 원리를 여기에도 적용하는 거죠. 다만 이 치료는 아무 병원에나 챔버가 있는 게 아니라서, 상태가 위중하면 챔버를 갖춘 병원으로 이송하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판단해야 해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나라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실제로 병원에서 이런 사고가 얼마나 자주 나는지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해외 연구 자료를 보면 중심정맥관 시술 자체로 인한 공기색전증 발생률은 40건 중 1건꼴로 보고되는 경우도 있고 3000건 중 1건에 그치는 경우도 있어서 병원과 상황에 따라 편차가 상당히 커요. 일본은 이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꽤 체계적으로 들여다보는 편인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본의료기능평가기구가 전국 의료기관에서 보고받은 공기색전증 관련 사고를 집계해서 4년 반 동안 7건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하고 재발 방지 지침까지 배포했더라고요. 한국도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KOPS)이라는 유사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긴 한데, 공기색전증만 따로 집계한 전국 단위 통계가 일본만큼 널리 공개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대신 저희 쪽에서 접하는 건 앞서 소개한 것처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올라오는 개별 사례들이고요. 미국 쪽 응급의학 자료들을 봐도 결국 결론은 비슷해요. 사고 자체는 절대적으로 드물지만 발생하면 치명적일 수 있고, 원인의 상당수가 폐쇄식 커넥터 미체결이나 클램프를 잠그지 않기 같은 기본 수칙을 놓친 데서 온다는 점이요. 나라마다 통계를 모으는 방식은 다르지만, 예방의 핵심은 결국 어디서나 똑같더라고요.

이 글에 나온 사례와 수치는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한 거예요. 앞서 소개한 80대 환자분 사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공개된 실제 조정 사례를 참고했고, 일본의 공기색전증 사고 집계는 일본의료기능평가기구 자료를 다룬 GemMed 기사에서 가져왔어요. 응급 처치와 고압산소치료 관련 내용은 Core EM의 공기색전증 임상 정리MSD 매뉴얼 한국어판의 동맥 공기색전증 항목을 함께 참고했습니다.

 

 

개인 경험과 중환자실 관찰을 바탕으로 쓴 주관적인 기록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병원 시스템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