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마실때 담배까지 피운다면? 구강암 위험이 더 커지는 이유
지난번에 입안 상처가 2주 넘게 안 낫는 경우, 구내염과 구강암이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했었는데요. 오늘은 그 이야기의 연장선으로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바로 술과 담배예요.
이제 슬슬 연말이 다가오고 명절도 코앞이잖아요.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술잔이 돌고,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하면서 담배를 챙겨 나가죠. 술자리에서 담배는 거의 안주처럼 따라다니는 존재더라고요. 사실 저도 젊을 때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어서 그 기분을 너무 잘 알아요. 술 한 잔 들어가면 이상하게 담배 생각이 더 나고, 평소보다 훨씬 많이 피우게 되거든요.
구강암은 흔한 암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꾸준히 늘고 있어요. 중앙암등록통계를 보면 2022년 한 해에만 2,125명이 새로 구강암 진단을 받았고,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1,653명이 발생했는데요. 그 이전 10년 평균이 850명 정도였으니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에요. 특히 여성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이 3.03%로 남성(1.5%)보다 두 배 이상 높은데, 전문가들은 여성 흡연·음주 인구 증가를 그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더라고요.
중환자실에서 구강암 수술을 받은 환자분들을 보다 보니, 그 "술 한 잔에 담배 한 대"가 얼마나 무서운 조합인지 알게 됐어요. 오늘은 그 이유를 차근차근 풀어볼게요.

술자리에서 담배가 더 위험한 이유
술자리에서 피우는 담배가 유독 더 위험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양이고, 다른 하나는 조합이에요.
먼저 양부터 이야기해 볼게요. 술을 마시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절제력이 떨어지잖아요. 평소에 하루 반 갑 피우던 사람도 술자리에서는 한 갑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흔해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구강암 위험은 피우는 양에 비례해서 올라가요.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연구를 보면 하루 15개비 미만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구강암 위험이 약 5.3배였는데, 하루 25개비 이상 피우는 사람은 약 14.3배까지 올라갔거든요. 술자리에서 "오늘만"이라며 늘어나는 한두 개비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죠.
두 번째가 더 중요한데요. 술과 담배는 따로따로 해도 구강암 위험을 높이지만, 함께하면 그 위험이 단순히 더해지는 게 아니라 곱해지는 쪽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 부분은 뒤에서 숫자와 함께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담배 연기가 가장 먼저 닿는 곳은 입안이에요

담배라고 하면 보통 폐암을 먼저 떠올리시잖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담배 연기가 폐까지 가기 전에 가장 먼저, 가장 진하게 닿는 곳은 바로 입안이에요. 입술, 혀, 볼 안쪽 점막, 잇몸, 그리고 혀 밑바닥까지 전부 뜨겁고 독한 연기를 제일 먼저 맞게 되죠.
담배와 담배 연기에서 확인된 유해 화학물질은 7,000가지가 넘고, 그중 약 70가지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물질이에요. IARC는 세계보건기구 산하에서 어떤 물질이 암을 일으키는지 평가하는 기관인데, 1군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가장 확실한 등급이거든요. 이 물질들 상당수가 침에 녹아들어 입안 점막에 그대로 닿는다는 게 문제예요.
발암물질이 점막에 닿으면 세포의 유전자(DNA)에 조금씩 손상을 남기는데요. 한두 번으로는 별일 없겠지만, 이게 몇 년, 몇십 년 쌓이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에서도 하루 한 갑 이상 피우는 사람은 구강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약 10배 높다고 설명하고 있고, 앞서 말씀드린 이탈리아 연구에서는 40년 이상 피운 사람의 위험이 약 18배까지 올라갔어요. 특히 혀 옆면이나 혀 밑바닥처럼 침이 고이는 곳은 발암물질이 섞인 침에 오래 노출되기 쉬워서 구강암이 잘 생기는 부위로 꼽히더라고요.
흡연자의 입안 점막은 반복되는 자극 때문에 점점 두꺼워지고 하얗게 변하기도 해요. 이걸 흡연자 각화증이라고 부르는데, 점막이 자극에 대항하려고 스스로 굳은살처럼 변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런 변화가 계속 쌓이는 과정에서 암 전단계 병변이 생길 수 있고요.
담배의 종류도 다양하죠. 일반 궐련 말고도 시가나 파이프 담배가 있고, 해외에서는 잇몸과 볼 사이에 넣고 씹거나 머금는 씹는 담배(무연 담배)도 흔해요. 미국에 살다 보니 편의점에서 이런 제품을 자주 보게 되는데요. 씹는담배는 연기가 없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서도 흡연과 함께 씹는담배 사용을 구강암의 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어요. 제품을 머금는 자리의 잇몸과 볼 점막에 발암물질이 직접적으로 오래 닿기 때문이죠. 시가와 파이프 역시 구강암과의 관련성이 연구로 확인됐고요. 폐 깊숙이 들이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입안이 안전한 건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렇다면 요즘 많이 피우는 전자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는 어떨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직 연구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어요. 일반 담배보다 발암물질 노출이 적다는 연구도 있고, 그래도 입안 세포에 변화를 준다는 연구도 있어서 지금 시점에서 "일반 담배만큼 구강암을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다만 전자담배가 나온 지 오래되지 않아서 수십 년 장기 흡연자 데이터가 아직 없다는 점, 그리고 니코틴과 각종 화학물질이 입안 점막에 닿는 건 마찬가지라는 점은 기억해 두시면 좋겠어요. "안전하다"가 아니라 "아직 모른다"에 가깝다고 보시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술은 입안 점막에 이런 영향을 줘요
술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술 자체도 구강암의 위험 요인이에요. IARC는 술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그 근거가 충분한 암으로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을 꼽고 있거든요. 국가암정보센터 자료를 보면 매일 5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구강암 위험이 5~6배 높다고 해요.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게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이에요. 우리가 마신 알코올은 몸 안에서 분해되면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는데, IARC는 2009년에 음주와 관련된 아세트알데히드도 1군 발암물질로 따로 분류했어요. 숙취 때 머리 아프고 속이 뒤집히는 것도 이 물질 때문이고요. 아세트알데히드는 DNA와 반응해서 변형을 일으키고, 이게 제대로 복구되지 않으면 돌연변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흥미로운 건 이 과정이 간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입안에 사는 세균들도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바꿀 수 있어서, 술을 마시는 동안 침 속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올라가요. 독일 연구에서는 술을 30초 정도 입에 머금기만 해도 침 속 아세트알데히드가 세포 실험에서 발암 가능성이 있다고 본 수준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하더라고요. 즉 입안 점막은 술을 마시는 그 순간부터 발암물질에 직접 닿고 있는 셈이죠.
한국 분들께 특히 해당되는 이야기도 있어요. 술 한두 잔에 얼굴이 금방 빨개지는 분들 많으시죠. 이건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소(ALDH2)가 선천적으로 약해서 생기는 반응인데요.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사람의 30~50%가 이 효소가 약한 유전형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얼굴이 빨개진다는 건 몸에 아세트알데히드가 오래 머문다는 신호라서, 이런 분들이 술을 많이 마시면 구강암·인두암·식도암 위험이 효소가 정상인 음주자보다 10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어요. "마시다 보면 는다"는 말은 이 경우엔 전혀 좋은 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
술과 담배가 만나면 위험이 곱해져요
술과 담배를 함께하면 위험이 곱해진다고 앞에서 말씀드렸잖아요. 그 이유를 쉽게 풀어보면 이래요.
첫째, 알코올은 일종의 용매 역할을 해요. 기름때를 알코올로 닦으면 잘 녹아 나오듯이, 알코올은 담배 연기 속 발암물질을 녹여서 입안 점막 안쪽으로 더 쉽게 스며들게 만들어요. 게다가 알코올이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고 투과성을 높여서, 술에 젖은 점막 위에 담배 연기가 들어오면 발암물질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더 깊이 흡수되는 거죠.
둘째, 흡연은 입안 세균 환경을 바꿔서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는 양을 더 늘린다고 알려져 있어요. 담배 연기 자체에도 아세트알데히드가 들어 있고요. 결국 술자리에서 담배까지 피우면 입안의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술만 마셨을 때보다 더 높아지게 돼요.
셋째, 둘 다 몸이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는 능력을 떨어뜨려요. 손상은 더 많이 생기는데 고치는 힘은 약해지니, 잘못된 세포가 살아남을 가능성도 커지는 거예요.
이게 숫자로 나타나면 정말 무섭더라고요. 미국암학회는 술과 담배를 모두 많이 하는 사람의 구강암·구인두암 위험이 둘 다 하지 않는 사람보다 약 30배 높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서도 하루 2갑 이상 피우고 4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구강암 위험이 약 35배 높다고 나와 있고요. 이 35배라는 수치는 미국에서 환자 1,114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나온 건데, 같은 연구에서 미국 구강·인두암의 약 4분의 3이 흡연과 음주로 설명된다고 추정했어요. 술만 마시면 5~6배, 담배만 피우면 약 10배였던 위험이 둘을 합치니 30배가 넘게 뛰는 거죠. 중환자실에서 만났던 구강암 수술 환자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많은 분들이 "술 마실 때만 피웠다"거나 "담배는 술자리에서 제일 많이 피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흡연자라면 꼭 살펴봐야 할 입안 변화
지난 글에서 2주 넘게 안 낫는 입안 상처는 꼭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흡연하시는 분이라면 여기에 몇 가지를 더 챙겨 보셨으면 해요.
가장 먼저 볼 건 하얀 반점이에요.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하얀 막 같은 부분이 볼 안쪽이나 혀, 잇몸에 생겼다면 백반증일 수 있어요. 백반증은 점막이 하얗게 두꺼워지는 변화인데, 서울대병원 자료에서도 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전암 병소이거나 초기 구강암일 수 있어서 조직검사로 정확히 구별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붉은 반점도 중요해요. 매끈하고 벨벳처럼 붉은 부위가 생겼다면 홍반증일 수 있는데요. 홍반증은 백반증보다 드물지만, 암으로 진행할 위험은 더 높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오히려 더 주의 깊게 봐야 하는 변화예요.
그 밖에도 입안이나 목에 만져지는 멍울, 이유 없이 계속되는 입안 통증이나 저림, 음식을 삼킬 때 걸리는 느낌, 틀니가 갑자기 잘 안 맞는 느낌, 목소리 변화 같은 것들이 몇 주 넘게 이어진다면 그냥 넘기지 마세요. 구강암은 진행되면 주로 턱 아래 림프절로 퍼지기 때문에 목에 혹이 만져지는 것으로 처음 알게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국가암정보센터는 구강암 검진 지침이 아직 따로 체계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많이 마시는 40세 이상 성인은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구강검진을 받도록 권하고 있어요. 치과 검진 때 "담배를 피운다"고 꼭 말씀하시고, 입안 점막까지 한 번 봐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미국에서는 치과에서 구강암 검진을 같이 해 주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오래 피웠어도 지금 끊는 건 분명히 의미가 있어요
이 부분은 한때 담배를 피웠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지금은 간호사로서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예요.
담배를 피우던 시절에 저도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어차피 몇 년 피웠는데 이제 와서 끊어 봤자 뭐가 달라지겠어." 담배를 오래 피운 분들일수록 이런 마음이 더 크실 거예요. 이미 몸에 쌓인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술자리에서 남들 다 피우는데 나만 참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잘 알아요. 담배를 끊는 게 의지가 약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니코틴 중독이라는 게 원래 그만큼 강력한 거라는 것도요.
그런데 간호사가 되고 나서 알게 된 건, 우리 몸은 생각보다 회복력이 좋다는 거예요. 입안 점막 세포는 계속 새로 만들어지고 교체되는 조직이라서, 발암물질 노출이 멈추면 조금씩 회복할 기회가 생겨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담배를 끊고 5~10년이 지나면 계속 피웠을 때 더해지는 구강암·인두암·후두암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20년이 지나면 비흡연자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간다고 해요. 앞서 소개한 미국 연구에서도 담배를 끊은 지 10년 이상 된 사람에게서는 구강·인두암의 추가 위험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요. 오래 피웠다고 늦은 게 아니라, 끊는 그 시점부터 위험이 내려가기 시작하는 거예요.
중환자실에서 구강암 수술 후 환자분들을 돌보다 보면, 먹는 즐거움을 잃는 게 얼마나 큰 일인지 매번 느껴요. 입안을 크게 절제하고 나면 씹고 삼키는 것부터 다시 배워야 하고, 한동안은 튜브로 영양을 공급받기도 하시거든요. 그런 분들이 "그때 끊을걸" 하시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참 무거워지더라고요.
한 번에 완벽하게 끊지 못해도 괜찮아요. 저도 여러 번 실패했으니까요. 술자리에서만이라도 담배를 줄여보는 것, 술 마시는 날 담배를 아예 챙겨 나가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어요. 혼자 힘들다면 니코틴 패치나 껌 같은 보조제, 금연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요. 한국에서는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미국에서는 1-800-QUIT-NOW 같은 금연 상담 전화에서 무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이번 연말과 명절에는 술잔은 조금 가볍게, 담배는 조금 멀리 두고 사람들과의 시간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오래 맛있게 먹고, 오래 웃으면서 이야기하려면 결국 입이 건강해야 하니까요.
참고한 자료
술과 흡연에 따른 구강암 위험 배수, 구강암 위험 요인과 정기 검진 권고는 국가암정보센터의 구강암 정보를 참고했어요. 흡연량에 따른 위험도와 백반증 설명은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은재 교수 인터뷰(파이낸셜뉴스)와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를, 한국의 구강암 발생 통계는 중앙암등록통계를 다룬 기사를 바탕으로 정리했어요.
술과 담배를 함께할 때 약 30배라는 수치는 미국암학회(ACS) 자료에서, 35배와 금연 후 위험 감소 내용은 Blot 등이 1988년 발표한 미국 연구에서 가져왔어요. 흡연 기간·개비 수에 따른 위험도는 음주·흡연과 상부 소화기관 암 위험을 정리한 리뷰 논문을, 담배 연기 속 유해물질과 아세트알데히드의 작용은 입안 아세트알데히드 노출에 관한 리뷰 논문을 참고했고요.
술과 아세트알데히드의 발암물질 분류는 IARC의 NEJM 보고를, 술을 입에 머금었을 때 침 속 아세트알데히드 변화는 Lachenmeier 연구팀의 논문을 확인했어요. ALDH2 효소가 약한 동아시아인 비율과 음주 시 위험은 ALDH2 유전형 분포 연구와 ALDH2 유전형과 아세트알데히드 연구를, 금연 후 위험이 줄어드는 기간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흡연과 암 자료를 참고했어요.
개인 경험과 중환자실 관찰을 바탕으로 쓴 주관적인 기록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병원 시스템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