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 (서브스턴스 P, 신생혈관, 분자치료)

이사 짐을 혼자 싸다가 어깨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두 달이 지나도 낫지 않았습니다. 차 뒷자리로 손을 뻗는 그 단순한 동작에서 욱 하고 치솟는 통증을 느끼고서야 오십견을 의심했습니다. 단순히 나이 탓이라고 넘기기엔 이 질환의 메커니즘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고, 치료 선택지도 아직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어깨가 굳어가는 과정, 서브스턴스 P와 신생혈관의 역할
저는 처음에 오십견을 단순한 노화로 받아들였습니다. 일주일에 이만 보를 걷는 체력이라 설마 했는데, 이사 후 한 달이 넘도록 오른쪽 어깨의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서야 이 질환이 단순히 근육이 뭉친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오십견이 진행되는 첫 번째 단계를 동결 진행기(freezing phase)라고 합니다. 여기서 동결 진행기란 어깨 관절낭에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움직임이 제한되기 시작하는 초기 국면을 말합니다. 이 시기에 어깨 관절 주변으로 비정상적인 신생혈관 형성(neoangiogenesis)이 일어납니다. 신생혈관 형성이란 원래 없던 자리에 새로운 혈관이 자라나는 현상인데, 문제는 이 혈관들이 깨끗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새로 생긴 혈관 주변에는 서브스턴스 P(Substance P)가 가득 찬 신경 말단이 빽빽하게 둘러쌉니다. 서브스턴스 P란 통증과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로, 어깨를 조금만 움직여도 이 신경 말단에서 분비되어 극심한 통증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차 안에서 손을 뻗다가 깜짝 놀랐던 그 순간이 바로 이 메커니즘 때문이었습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 신생혈관이 만들어낸 환경 속에서 여러 분자 인자들이 활동하며 어깨 관절낭에 흉터 조직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이 조밀한 흉터 조직망이 동결기(frozen phase)와 해빙기(thawing phase)에 어깨를 뻣뻣하게 만들고 움직임을 심각하게 제한합니다. 동결기는 통증은 다소 줄지만 어깨가 완전히 굳어 버리는 시기이고, 해빙기는 서서히 가동 범위가 회복되는 마지막 국면입니다.
맥쿼리대학교병원 수미트 라니 부교수 연구팀에 따르면(출처: Macquarie University Lighthouse), 물리치료는 동결 진행기나 동결기에는 효과가 없고 해빙기에 접어들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깁니다. 저도 필라테스를 4개월째 일주일에 세 번씩 하고 나서야 양팔을 360도 돌리는 것이 가능해졌는데, 돌아보면 저도 모르게 해빙기에 접어든 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오십견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그 시간이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에 달하고 그 고통의 밀도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도 완전히 통증이 없지는 않습니다.
- 동결 진행기: 신생혈관과 서브스턴스 P 신경 말단이 증가하며 날카로운 통증 시작
- 동결기: 흉터 조직이 관절낭을 조여 어깨 가동 범위가 극도로 제한됨
- 해빙기: 서서히 움직임이 회복되며, 이 시기에 물리치료·필라테스가 실질적 효과를 냄
-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주사는 동결 진행기 일부 환자의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음
요약: 오십견은 신생혈관 형성 → 서브스턴스 P 신경 말단 증가 → 흉터 조직 축적으로 이어지는 분자 수준의 연쇄 반응이며, 단계마다 유효한 치료법이 다르다.
분자치료라는 새 가능성,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제가 오십견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점은 "완치"라는 단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주사, 물리치료, 수술적 치료 등 선택지는 있지만 어느 것도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게 현재 의학의 솔직한 위치입니다. 수술적 치료의 시행 시기와 필요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사이에 여전히 논란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맥쿼리대학교 수미트 라니가 부교수가 6년째 연구하고 있는 분자치료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분자치료법이란 질환의 원인이 되는 특정 분자 경로를 표적으로 삼아 차단하는 방식으로, 흔히 표적치료제라고도 불립니다. 암이나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 이미 쓰이고 있는 약물 계열입니다.
이 접근법의 핵심은 동결 진행기 초기에 신생혈관 형성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의 분비 자체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기지 않으면, 서브스턴스 P를 품은 신경 말단의 밀도도 낮아지고, 흉터를 만드는 분자 인자의 활동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니가 부교수 연구팀은 현재 동결 진행기에 막 진입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했으며(출처: Macquarie University Lighthouse), 최종적으로 개발될 치료법은 한 번의 주사로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오십견을 그냥 세월이 해결해 줄 문제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주변에 많은데, 실제로 이 통증이 지속되는 동안 몸의 체형이 조금씩 바뀐다는 게 더 무섭습니다. 아픈 쪽 어깨를 무의식적으로 올리거나 움츠리는 습관이 생기고, 그게 목과 허리까지 영향을 줍니다. 저도 필라테스 선생님에게 오른쪽 어깨가 왼쪽보다 올라가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갑상선 약을 복용 중인데, 갑상선 질환이 오십견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그때까지 몰랐습니다. 당뇨 역시 오십견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고, 라니가 부교수도 "당뇨 같은 연관 질환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현재로선 예방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십견이 단순히 나이 들면 오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 환경과 유전적 소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질환이라는 사실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 보니, 통증이 익숙해질 때가 오히려 더 위험한 시점입니다. 아프지 않아서 괜찮아졌다고 착각하지만, 몸은 그 사이 비틀린 자세를 새로운 기준점으로 학습하고 있습니다. 좀 더 젊을 때,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요약: 오십견의 분자치료 임상시험이 시작됐지만 검증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지금 당장은 연관 질환 관리와 해빙기의 적극적 재활이 현실적 대응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오십견은 그냥 두면 자연적으로 낫나요?
A. 자연 회복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1년에서 길게는 3~4년이 걸립니다. 그 사이 통증으로 인해 자세가 틀어지고 체형이 변할 수 있어, 해빙기에 접어들면 물리치료나 운동 재활을 적극적으로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냥 기다리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Q. 오십견에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주사가 효과가 있나요?
A. 동결 진행 초기에는 맞으면 염증을 줄이는 데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근본적으로 신생혈관 형성이나 흉터 조직 생성 자체를 막아주는 치료는 아닙니다. 주사 후에도 재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당뇨가 있으면 오십견이 더 심하게 오나요?
A. 당뇨는 오십견의 주요 위험인자 중 하나로,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관절 주변 조직의 변화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갑상선 질환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관 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예방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Q. 오십견에 필라테스 해도 괜찮나요?
A. 동결 진행기나 동결기에는 무리한 운동이 오히려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해빙기에 접어든 이후에는 코어와 어깨 주변 근육을 함께 강화하는 필라테스가 가동 범위 회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저는 4개월 동안 꾸준히 한 뒤 양팔 360도 회전이 가능해졌습니다.
Q. 오십견 분자치료제는 언제쯤 나오나요?
A. 맥쿼리대학교 라니 부교수 연구팀이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빠르면 내년 말 결과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후 무작위 대조시험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실제 임상 적용까지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임상시험 참여 문의는 orthopaedics@mqhealth.org.au로 가능합니다.
결론
오십견은 나이 탓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겪으면서 가장 억울했던 부분이 바로 그겁니다. 갑상선 약을 먹으면서도 그게 어깨와 연결될 수 있다는 걸 몰랐고, 무리하게 짐을 싸면서 어깨에 가해지는 부담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서브스턴스 P, 신생혈관 형성, 흉터 조직이라는 연쇄 반응이 한 번 시작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달랐을 것 같습니다.
지금 어깨가 조금 이상하다 싶다면 통증의 단계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먼저 파악하시길 권합니다. 동결 진행기라면 전문의와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주사 여부를 상담하고, 해빙기라면 물리치료나 필라테스를 망설이지 말고 시작하는 것이 맞습니다. 분자치료라는 새로운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당장은 연관 질환 관리와 적절한 시기의 재활이 가장 현실적인 답입니다.
참고: 오십견에 희망을 주는 새로운 임상시험
https://lighthouse.mq.edu.au/article/march-2025/hope-for-frozen-shoulder-treatment-new-trial?u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