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수 시간마다 물 한 컵 — 12시간 근무가 가르쳐준 수분 습관
나는 12시간 근무를 하는 병원에서 일한다. 신규 때는 물 마실 시간조차 없었다. 콜벨은 계속 울리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하루에 물 한 모금도 마셨나 싶은 날이 많았다.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아까워서 참는 게 습관이 됐다. 그러다 퇴근하고 집에서 화장실에 갔더니 소변 색이 진한 노란색이고 냄새도 났다. 그때는 그냥 "많이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소변 색이 보내는 신호
나중에야 알았다. 소변 색은 몸속 수분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신호등 같은 거였다. 연한 레모네이드색에 가까울수록 수분이 충분하다는 뜻이고, 색이 진해질수록 몸이 수분을 붙잡아 두려 애쓰고 있다는 신호다. 그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신장에 부담이 쌓이고, 요로결석이나 방광염 위험도 함께 올라간다고 한다.
| 소변 색 | 몸 상태 |
|---|---|
| 연한 노랑 (레모네이드색) | 이상적인 수분 상태 |
| 진한 노랑 | 가벼운 탈수, 물이 필요한 신호 |
| 주황 ~ 갈색 | 심한 탈수, 즉시 수분 보충 필요 |
입가에 난 종기가 알려준 것
50대 초입에 접어들면서 입 주변에 종기가 나고 입안 염증이 자꾸 반복됐다. 처음엔 비타민이 부족한가 싶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예전만큼 갈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원래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목이 마르다는 느낌 자체가 줄어 있었던 거다. 나이가 들면 갈증 감각이 무뎌진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게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근무 중 짝수 시간마다 물 한 컵, 180cc 정도씩 마시기로 했다. 오전 8시, 10시, 12시… 이런 식으로.
물이 이렇게까지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다. 하루 이틀 만에 입가와 입안이 깨끗하게 나았으니까.
'하루 2리터'는 사실 정설이 아니다
물 얘기를 하면 다들 "하루 2리터씩 마셔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묻는다. 그런데 이건 정확한 기준이 아니다. 나이와 성별, 먹는 음식에 따라 필요한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5세 남성은 밥과 국 같은 음식으로도 수분을 꽤 섭취하기 때문에 물과 음료로는 1.2리터 정도만 더 마셔도 충분하고, 75세 여성이라면 그보다 적은 1리터 안팎이면 된다.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내 몸 상태와 소변색을 기준으로 삼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만성 탈수가 진짜 무서운 이유
급성 탈수처럼 눈에 띄는 게 아니라, 만성적으로 조금씩 부족한 상태가 더 무섭다는 걸 그때 알았다. 두통이나 집중력 저하, 이유 없는 피로감, 관절이 뻐근한 느낌까지 — 돌이켜보면 신규 시절 겪었던 증상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됐다. 그때는 그게 다 '체력이 약해서'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몸이 계속 물을 달라고 보내던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요즘 내가 물 마시는 법
쉬는 날이면 1리터 물병 두 개를 옆에 두고 하루 동안 내가 얼마나 마시는지 눈으로 확인한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예전 버릇대로 또 안 마시게 되더라. 동료나 가족이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말한다. "약보다 물부터 마셔 봐."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물 전도사가 됐다.
다만, 물도 예외는 있다
모두에게 물이 무조건 답은 아니다. 심부전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수분을 제한해야 한다. 몸에 수분이 늘어나면 심장이 그만큼 더 힘겹게 펌프질을 해야 하고, 폐에 물이 차서 숨이 더 가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증 심부전 환자라면 하루 물 섭취량을 8컵, 대략 1.6리터 안팎으로 제한하는 게 일반적인 기준이다. 그래서 나는 물 전도사 노릇을 하면서도 이 부분만큼은 꼭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니까, 본인 상태에 맞게"라는 말을 꼭 덧붙인다.
누구나 다르게 목마르다. 그리고 몸은 생각보다 조용히, 늦게 신호를 보낸다. 신규 시절의 나처럼, 바쁘다는 이유로 그 신호를 계속 무시하다 보면 몸은 소변색이나 피부, 입안 같은 곳에서 뒤늦게 티를 낸다. 그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 그게 전부다. 거창한 건강 관리가 아니라, 그냥 짝수 시간마다, 아니면 본인이 정한 시간에 맞춰 물 한 컵 마시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참고자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탈수」 — health.kdca.go.kr
· MSD 매뉴얼(일반인용), 「소변 색깔이나 냄새의 변화」 — msdmanuals.com
·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심부전 증상, 치료」 — snubh.org
· 보건복지부·한국영양학회,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 mohw.go.kr
· 경향신문, 「하루 물 2ℓ 마셨다? 헛물켜셨습니다」 — khan.co.kr
· Apollo Hospitals, 「탈수: 몸에 더 많은 물이 필요하다는 10가지 신호」 — apollohospita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