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기능 저하부터 투석까지, 혈액투석 vs 복막투석 차이
양로원에 자원봉사를 다니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어요. 다른 분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화투도 치고 텔레비전도 보시는데, 그 할머니만 늘 구석 자리에 힘없이 앉아 계시더라고요. 왜 이렇게 기운이 없으시냐고 여쭤보니 방금 투석을 받고 오는 길이라고 하셨어요.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네 시간씩 병원에 다녀오시는 거였는데, 얼굴빛도 햇볕에 그을린 게 아니라 속에서부터 칙칙하게 변한 색이었거든요. 그 모습이 계속 마음에 남아서, 오늘은 콩팥이 어떻게 망가지다가 결국 투석까지 가게 되는지, 그리고 투석에도 종류가 있다는 걸 좀 자세히 풀어보려고 해요.
콩팥은 왜 한참 동안 티가 안 날까
콩팥(신장)은 예비 능력이 굉장히 큰 장기예요. 기능이 절반 가까이 떨어져도 겉으로는 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만성콩팥병은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이 두 가지를 같이 봐야 제대로 진단이 돼요. 혈액검사에서는 크레아티닌 수치를 이용해 사구체여과율(eGFR, 콩팥이 하루에 얼마나 걸러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을 계산하고, 소변검사에서는 알부민이라는 단백질이 소변으로 새어 나오는지를 보는데 이걸 요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이라고 불러요. 이 두 수치 중 하나라도 비정상인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돼야 비로소 만성콩팥병으로 확진을 내리게 돼요. 한두 번 검사에서 안 좋게 나왔다고 바로 병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단계는 사구체여과율을 기준으로 나뉘는데, 90 이상이면 사실상 정상이거나 아주 초기, 60대에서 80대 사이면 경미하게 떨어진 상태, 30~59 사이가 되면 중등도로 나빠진 단계, 15~29면 중증, 그리고 15 밑으로 떨어지면 신부전, 즉 5단계예요. 재밌는 건 1~2단계에서는 정말 아무 증상이 없다는 거예요. 소변에 거품이 좀 많아지거나 혈압이 슬금슬금 오르는 정도가 전부라 본인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3~4단계로 넘어가면서부터 몸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는데, 쉽게 피곤해지고 입맛이 떨어지고 몸이 가려워지는 증상들이 하나둘 나타나요. 콩팥이 조혈호르몬(에리스로포이에틴)도 만드는 장기라 이 무렵부터 빈혈도 같이 오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다 5단계, 요독증(노폐물이 걸러지지 않고 몸에 쌓이면서 생기는 증상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구역질, 구토, 숨참, 정신이 흐릿해지는 증상까지 겹치면서 신대체요법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져요. 제가 뵈었던 할머니의 그 거무튀튀한 피부색도 사실 이 요독 물질이 피부에 쌓이면서 생기는 색소침착이었을 가능성이 커요.
투석을 시작하는 시점은 보통 사구체여과율이 15 아래로 떨어졌을 때인데, 숫자만 보고 딱 정하는 건 아니에요. 부종이 심하거나 칼륨 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높아지거나, 요독 증상으로 밥을 못 먹고 정신이 흐려지는 상황이면 수치가 15를 조금 넘더라도 더 서둘러 시작하기도 해요. 중환자실에서도 급성으로 콩팥 기능이 확 떨어져서 응급으로 투석을 돌리는 분들을 종종 보는데, 그런 급성 케이스가 아니라 만성적으로 서서히 나빠지는 경우엔 이렇게 검사 수치와 증상을 같이 보면서 신장내과 선생님이 시기를 판단하시더라고요.
투석이라고 다 같은 방식이 아니에요
흔히 투석이라고 하면 병원에 누워서 기계로 피를 돌리는 모습을 떠올리실 텐데, 그게 혈액투석이에요. 팔에 동정맥루(혈관을 수술로 이어서 굵고 튼튼하게 만든 혈관 통로)나 인공혈관을 만들어두고, 거기서 피를 뽑아내 투석기라는 인공 콩팥 기계를 통과시킨 다음 깨끗해진 피를 다시 몸에 돌려보내는 방식이에요. 보통 한 번에 네 시간씩, 일주일에 세 번 병원이나 투석 전문 센터에 다니면서 받게 돼요.
그런데 이거 말고 복막투석이라는 방법도 있어요. 이건 기계 대신 환자 자신의 복막, 그러니까 배 속 장기를 감싸고 있는 얇은 막을 필터로 쓰는 방식이에요. 배에 작은 관(카테터)을 미리 심어 두고, 그 관을 통해 투석액을 배 속으로 넣었다가 몇 시간 뒤에 다시 빼내는 걸 반복해요. 투석액이 배 속에 머무는 동안 복막을 사이에 두고 혈액 속 노폐물과 수분이 자연스럽게 투석액 쪽으로 빠져나오는 원리예요. 하루에 서너 번 직접 손으로 교환하는 방식(CAPD)도 있고, 자기 전에 기계를 연결해 두면 자는 동안 자동으로 교환이 이루어지는 방식(APD)도 있어서, 낮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두 방식은 실제 생활에서 꽤 다르게 느껴져요
혈액투석은 의료진이 옆에서 계속 지켜봐 주니 안전하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다만 일주일에 세 번, 매번 서너 시간씩 병원에 매여 있어야 하니 여행이나 일정 조율이 쉽지 않고요. 짧은 시간 안에 며칠치 노폐물과 수분을 한꺼번에 빼내다 보니 투석 직후에 혈압이 뚝 떨어지거나 어지럽고 기운이 쭉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뵈었던 할머니가 투석하고 오는 날마다 유독 지쳐 보이셨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 거예요. 게다가 투석하지 않는 날에는 수분이나 나트륨, 칼륨 섭취를 꽤 엄격하게 조절해야 하는데, 다음 투석까지 며칠씩 몸에 쌓이는 걸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복막투석은 매일 조금씩 노폐물을 걸러내는 방식이다 보니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수분이나 염분, 칼륨 제한도 혈액투석만큼 빡빡하지 않은 편이에요. 병원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가면 되니까 일하시는 분들이나 여행을 자주 다니는 분들에게는 훨씬 자유로운 방식이죠. 남아 있는 콩팥 기능도 더 오래 보존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다만 매일 스스로 관 위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소홀해지면 복막염(복막에 염증이 생기는 감염)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고, 투석액에 들어 있는 포도당 성분 때문에 체중이 늘거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오르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누가 어떤 투석을 하게 되는 걸까
일단 배 속에 큰 수술을 받았거나 유착이 심하게 있는 분, 탈장이 있거나 장루를 갖고 계신 분,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이 있는 분, 간경화로 배에 복수가 차 있는 분들은 복막이라는 필터 자체를 쓸 수가 없어서 복막투석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요. 시력이 많이 떨어졌거나 손이 불편해서 혼자 관을 다루기 어려운 고령 환자분들도, 곁에서 도와줄 보호자가 없다면 아무래도 병원에서 관리받는 혈액투석 쪽이 더 안전한 선택이 되고요. 제가 뵈었던 할머니도 양로원에서 지내시며 매번 센터로 다니셨던 걸 보면, 전형적으로 혈액투석이 더 맞는 상황이셨던 것 같아요.
반면 아직 젊고 사회생활이나 육아를 계속해야 하는 분, 남은 콩팥 기능을 최대한 오래 지키고 싶은 초기 투석 환자, 식이 제한을 좀 더 느슨하게 유지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복막투석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돼요. 심장 기능이 약해서 혈액투석의 급격한 혈압 변화를 견디기 힘든 분들도 복막투석을 더 안정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있고요. 실제로 두 살 이하의 어린 환자들은 혈관 통로를 만들기가 까다로워서 복막투석을 먼저 고려하는 게 원칙이기도 해요. 결국 어느 쪽이 맞는지는 콩팥 상태뿐 아니라 생활 방식, 곁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본인이 어느 쪽을 편하게 느끼는지까지 신장내과 선생님과 충분히 상의해서 정하게 되더라고요.
한국에서 투석 받을 때 드는 비용과 신장장애 지원
한국에서는 만성신부전 확진을 받으면 건강보험 산정특례(중증질환자의 본인부담률을 크게 낮춰주는 제도)를 신청할 수 있어요. 원래 20~60%였던 본인부담률이 10%로 낮아지고, 확진일로부터 30일 안에 신청하면 확진일부터 5년간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이게 적용되면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 기준으로 한 번 투석에 1만 7천 원에서 3만 원, 한 달이면 20만~30만 원대 정도로 알려져 있고, 의료급여 1종 수급자는 본인부담금이 아예 없어요. 여기에 투석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나면 동주민센터에서 신장장애로 등록할 수 있는데, 등록이 되면 복지카드가 나오면서 보건소를 통한 추가 본인부담금 지원, 장애인연금이나 장애수당, 자동차세·통신비 감면 같은 혜택까지 이어져요.
투석까지 가지 않으려면 이 시기가 마지막 기회예요
콩팥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3~4단계 즈음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구간이에요. 한국인 평균 염분 섭취량이 하루 15~20그램으로 서양보다 훨씬 높은 편이라, 하루 5그램 수준까지 줄이는 저염식이 기본이고요. 단백질도 콩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투석 전 단계에서는 체중 1kg당 0.6~0.8그램 정도로 조절하는 게 권장돼요. 무엇보다 당뇨와 고혈압이 만성콩팥병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 혈압약(특히 ACE 억제제나 ARB 계열)으로 혈압을 목표치 안에 잡아두고 혈당을 꾸준히 관리하는 게 핵심이에요. 금연은 기본이고, 진통소염제나 조영제처럼 콩팥에 부담을 주는 약물은 되도록 피하면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 수치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해요.
개인 경험과 중환자실 관찰을 바탕으로 쓴 주관적인 기록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병원 시스템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참고자료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정보 – 만성 콩팥병: https://www.snuh.org/health/nMedInfo/nView.do?category=DIS&medid=AA000367
국민건강보험공단 – 만성콩팥병 환자, 건강보험 산정특례제도: https://www.nhis.or.kr/static/alim/paper/oldpaper/202308/sub/section1_5.html
하이닥 전문가칼럼 –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 https://news.hi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988
대한간호협회 – 홈케어 신장질환(만성신부전 식이요법): https://www.khna.or.kr/homecare/08_urino/kidney10.php
Geeky Medics – Hemodialysis vs Peritoneal Dialysis: https://geekymedics.com/haemodialysis-vs-peritoneal-dialy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