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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인 줄로만 알았다

4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이상하게 살이 붙기 시작했다. 먹는 걸 줄이면 빠져야 정상인데, 식사량을 절반으로 줄여도 체중계 숫자는 계속 올라갔다. 변비도 심해졌고, 피곤한 게 잠을 자도 안 풀렸다. 처음엔 그냥 "이 나이 되면 다 이런가 보다, 갱년기겠지" 하고 넘겼다. 근데 그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얼굴이 붓고 푸석해 보였고, 옷은 하나둘 안 맞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자신감이 바닥을 쳤다.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결국 그 시기에 만나던 남자친구를 내가 먼저 떠났다. 그 사람 잘못이 아니었다. 그냥 내가 나를 못 견뎠다. 이런 모습으로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게 자꾸 부끄러웠다.

하시모토 갑상선염, 평생 가는 병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서야 원인을 알았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정확히는 하시모토 갑상선염이었다. 면역체계가 내 갑상선을 계속 공격해서 조직이 점점 굳어버린 거였다. 체중이 늘고 안 빠지는 이유가 있었던 거다 — 몸의 에너지 대사 자체가 느려져 있었으니까. 갱년기랑 헷갈리기 쉬운데, 갱년기는 보통 체중이 빠지지 않고 살이 붙지는 않는다고 한다. 나는 그 반대였다. 약을 먹기 시작했고 석 달쯤 지나니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다 나았구나' 싶어서 약을 끊었다. 그게 실수였다. 여섯 달 뒤 수치는 이전보다 더 나빠져 있었다. 굳어버린 갑상선 조직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그러니까 약을 먹어서 수치가 좋아진 건 '완치'가 아니라 그냥 '보충'이었던 거고, 끊으면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였다.

다시 찾은 균형

그 뒤로는 삶의 패턴을 하나씩 바꾸었다. 제일 먼저 야간 근무를 낮 근무로 바꿨다. 불규칙한 수면이 호르몬 균형을 계속 흔든다는 걸 알고 나서였다. 채소를 늘려서 변비 문제도 조금씩 풀었고, 물도 짝수 시간마다 한 잔씩 챙겨 마시는 습관을 들였다. 지금은 체중도 안정됐고 변비도 없어졌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크게 달라진 건, 그때 그 사람을 떠난 결정을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본다는 거다. 그때는 내 몸이 미워서 내린 결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나는 그냥 아팠던 거였다. 아픈 걸 갱년기라고 착각하고, 그 탓을 스스로에게 돌리고 있었던 거다. 지금이라면 그 시기의 나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고,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 그냥 치료가 필요한 병이었을 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확인한 건 한양대명지병원 이재혁 교수의 갑상선 기능 이상 관련 설명이었다. 혹시 지속되는 피로나 체중 증가, 추위를 갱년기로만 여기고 있다면, 한 번쯤 갑상선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하고 싶다.

 

[출처]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HMGIlt8ziSE
[만성질환] 갱년기 증상으로 오인하기 쉬운 갑상선 기능이상, 혹시 내 증상이 아닌지 확인해 보세요 ㅣ만성질환 잔소리 ㅣ 한양대명지병원 이재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