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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편함에 골밀도 검사를 받으라는 편지가 왔다. 50을 넘겼으니 이제 대상자가 됐다는 통보였다.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마음은 여전히 30대인데, 종이 한 장이 내 나이를 정면으로 들이민 기분이었다. 혹시 내 뼈가 내 생각보다 훨씬 부실하면 어쩌지, 하는 겁부터 났다.
그런데 정작 내가 한 행동은 병원 예약이 아니라 동네 헬스클럽 등록이었다. 검사 결과를 마주할 용기가 아직 없었던 거다. 대신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헬스장부터 끊었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안다. 걷는 것 외에는 운동이라고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많이 걸었지만, 그게 다였다

어쩌다 하루 2만 보를 걸을 때도 있었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나름 몸을 챙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근육 운동은 단 한 번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간호사인 내가 이런 말을 하기 부끄럽지만, 뼈 건강에 정작 뭐가 좋은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멸치를 챙겨 먹고 칼슘 영양제를 먹으며 뭔가 하고 있다는 기분만 느꼈던 게 전부였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내가 일하는 미국 병원에는 낙상으로 실려 오는 환자가 정말 많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령화되면서 골절을 동반한 낙상 사고가 부쩍 늘었다. 그런데 문제는 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거다. 골절 이후 거동이 어려워지면서 폐렴, 욕창, 근력 저하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고, 그로 인해 국가가 부담하는 의료비도 상당하다. 매일 그런 환자들을 보면서도 정작 내 뼈 건강은 뒷전이었다는 게 새삼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가끔 미디어에서 70대에도 다부진 근육을 자랑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다가도 '나는 이미 너무 늦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 뭘 먹어야 하는지조차 헷갈렸다. 다행히 올 한 해에 내 몸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몇 달 전부터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헬스장에 가서 근육 위주로 운동을 하고 있다. 무서워서 계속 미뤄 왔던 골밀도 검사도, 내년에는 반드시 받겠다고 다짐한다.
알고 보니 걷기만으론 부족했다
찾아보면서 알게 된 게 있다. 뼈는 자극을 받아야 밀도가 유지되거나 늘어나는데, 체중이 실리는 운동일수록 그 자극이 크다는 것이다. 걷기도 도움이 되긴 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근육이 뼈를 당기는 저항 운동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반대로 수영은 관절에는 좋아도 뼈에 직접적인 자극이 없어서 골밀도 증진 효과는 크지 않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동안 걷기만 열심히 하면서 뭔가 챙기고 있다고 착각했던 셈이다.
칼슘과 비타민 D도 마찬가지였다. 칼슘은 뼈의 재료가 되고, 비타민 D는 그 칼슘을 몸이 흡수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둘 중 하나만 챙겨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고, 두 가지를 같이 챙겨야 골절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나처럼 그냥 칼슘 영양제 하나만 먹으며 안심하고 있었다면, 비타민 D 섭취나 햇빛 노출은 얼마나 되는지도 한 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골다공증은 노인만의 병이 아니다
골다공증은 흔히 나이 든 사람, 특히 폐경 이후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도 골다공증은 노인만을 위협하는 질환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생리불순이 있거나 조기 폐경을 겪은 젊은 여성도 골밀도가 낮아질 수 있고, 특히 우리나라는 젊은 층의 비타민 D 부족이 다른 나라보다 뚜렷하다는 지적도 있다. 검사 통지서 한 장에 겁부터 났던 나처럼, 아직 젊다고 방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짚어볼 만한 이야기다.
어쩌면 검사 결과를 마주하는 게 무서워서 헬스장부터 끊었던 내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맞는 방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제는 순서를 바꿔야 할 때다. 운동은 계속하되, 더 이상 검사를 피하지 않기로 한다. 내 뼈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앞으로 뭘 더 해야 할지도 제대로 그릴 수 있을 테니까.
참고자료
서울아산병원 - 골밀도 검사(Bone Densitometry): https://www.amc.seoul.kr/asan/mobile/healthinfo/management/managementDetail.do?managementId=52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골감소증: 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1738
NIAMS(미국 국립보건원) 한국어 - 골다공증 진단, 치료 및 대처 방법: https://www.niams.nih.gov/ko/health-topics/osteoporosis/basics/diagnosis-treatment-and-steps-to-take
MSD 매뉴얼(일반인용) - 골다공증: https://www.msdmanuals.com/ko/home/뼈-관절-근육-장애/골다공증/골다공증
헬스경향 - "골다공증은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병…내 '뼈 점수' 알고 적극 관리해야": https://www.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665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