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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하던 그 환자, 왜 마지막은 투석실이었을까

중환자실에서 일하다 보면 별의별 환자를 다 만나는데, 그중에서도 이상하게 계속 생각나는 분이 있다. 85세 할아버지였다.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했는데, 사실 이미 암이 온몸에 퍼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숨만 조금 가쁠 뿐 정신은 정말 멀쩡했다. 회진 돌 때마다 의사들한테 농담을 던지고, 우리 간호사들한테도 실없는 소리를 하시던 분. 치료도 "해봅시다" 쪽이었다. 소극적이기는커녕 오히려 제일 적극적인 환자였다.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종양내과 — 전문의들은 다 모여서 회의를 했다. 몸에 찬 물부터 빼자고, 그래야 숨 쉬기 편해진다고 하면서 이뇨제를 썼다. 근데 소변이 안 나왔다. 그리고 그 약 때문에 콩팥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다음 수순은 뻔했다. 응급 투석. 오른쪽 대퇴정맥에 관을 꽂고 혈액투석기로 물을 빼기로 한 거다. 그 옆에서 나는 계속 혼자 생각했다. 저렇게 정신이 멀쩡하고 농담도 잘하시는 분한테, 왜 아무도 "다른 방법도 있어요"라는 말을 안 해줄까. 콩팥 수치가 나빠지긴 했는데 사실 투석까지 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결국 그렇게 됐고, 그다음 날 돌아가셨다. 암이 이미 퍼진 상태였지만 숨이 좀 힘든 정도였고, 고통은 크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가족들이랑 좀 더 붙어 있게 해 드렸으면 어땠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완화의료 = 포기, 이 공식부터 좀 깨자.

병원 용어 중에 은근히 헷갈리는 두 단어가 있다. '연명의료'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데 임종 과정만 늘리는 시술을 말한다. 반면 '완화의료(palliative care)'는 통증과 증상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남은 시간의 질을 지키는 거다. 이것도 엄연히 전문 의료 행위다. 연명의료를 중단해도 통증 완화, 영양·수분 공급, 산소 공급은 계속된다. 참고로 한국은 2016년에 관련 법이 만들어졌고, 지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사람이 120만 명을 넘었다. 제도는 있는데, 정작 환자랑 가족들은 이런 게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다들 '일단 더 하고 보자'로 갈까

의료진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걸 안 했다"는 게 훨씬 부담스럽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뭐라도 해주세요"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이제 그만합시다"라는 대화 자체가 너무 무겁고 낯설어서, 애초에 그 선택지가 테이블에 올라오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누구도 나쁜 마음으로 그러는 게 아니다. 다만 그 와중에 정작 환자 본인의 의견은 잘 묻지 못하게 된다. 

 

가족이 물어볼 수 있는 것들

만약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이렇게 물어보면 된다. "이 시술을 하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나요, 아니면 그냥 시간만 버는 건가요?" "덜 침습적인 방법은 없나요?" 그리고 미리,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 두면 좋다. 본인의 뜻이 서류로 남아 있으면, 정작 그 순간이 왔을 때 가족들이 그 무거운 결정을 대신 짊어질 필요가 없어진다.

 

고통 없이, 그냥 같이 있는 시간

주변 친구들 부모님 얘기를 들어봐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다들 연세가 있으신데, 돌아가시기 전까지 가족이 실제로 병원에 찾아간 게 한두 번인 경우도 있더라. 마지막 시간의 대부분이 병실 침대와 튜브, 모니터의 삐삐 소리 속에서 지나간다. 고통을 줄이는 대신 가족이랑 시간을 좀 더 보내는 선택. 그게 정말 포기인가? 아니면 오히려 그게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지 않나. 나도 아직 답은 모르겠다. 다만 그 할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완화의료라는 게 좀 더 알려져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d=012492)

보건복지부연명의료결정제도 안내 (https://www.mohw.go.kr/menu.es?mid=a10703040200)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연명의료결정제도의 의미와 도입배경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통계 출처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2024 연명의료결정제도 연보」(2025. 8.) (https://www.easylaw.go.kr/CSP/CnpClsMain.laf?csmSeq=1663&ccfNo=1&cciNo=1&cnpClsNo=1)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https://www.lst.go.kr/decn/contentList.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