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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때는 됐는데, 왜 평소엔 안 될까

간호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던 두 달 동안, 딱 60일은 술을 완전히 끊었다. 시험이라는 목표가 있으니 가능했다. 근데 그게 다였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3일 일하고 쉬는 날이면 술 한 잔이 낙이다. 문제는 그 "한 잔"이 실제로는 한 잔이 아니라는 거다. 와인 반병을, 오후 2시쯤부터 저녁 8시까지 찔끔찔끔 마신다. 글로 써 놓고 보니 스스로도 놀랐다. 한 번에 들이키는 것도 아니고, 취해 보이는 것도 아닌데, 결국 하루 절반을 알코올과 함께 보내고 있었던 거다. 왜 시험 앞에서는 그렇게 쉽게 끊었던 게, 평소엔 이렇게 안 되는 걸까. 그때는 목표가 있었고 지금은 없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예전엔 친구들과, 지금은 혼자

예전엔 친구들이랑 같이 마셨다. 술자리에 가면 웃고 떠들다 보니 마시는 것 자체보다 사람을 만나는 재미가 더 컸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혼술이다. 밤이 되면 허전하고 외로운 느낌이 드는데, 이게 예전부터 있던 감정이었다는 게 스스로도 좀 당황스럽다. 요 몇 년 사이 그 느낌이 더 심해진 것 같다. 술이 그 허전함을 채워주는 건지, 아니면 술 때문에 오히려 그 감정이 더 짙어지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일할 때는 절대 안 마신다는 거다. 그게 그나마 내가 지키고 있는 선이다. 근데 요즘은 그 선 자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쉬는 날마다 어김없이 오후가 되면 자연스럽게 잔을 채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실제로 뭘 해줄까

이름만 알고 있었지, 거기서 정확히 뭘 하는지는 사실 나도 잘 몰랐다. 찾아보니 상담 한 번 받고 끝나는 곳이 아니었다. 전화 상담부터 시작해서, 필요하면 개인별 사례관리사가 배정돼서 상황을 계속 따라가며 관리해 주고, 술을 줄이거나 끊는 과정 자체를 도와주는 재활 프로그램도 있다. 혼자 마시는 습관을 고치는 게 힘든 이유 중 하나가 결국 다시 돌아갈 자리(사회, 일상)가 막막해서인데,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것까지가 이 센터의 역할이라고 한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을 위한 교육이나 지원 프로그램도 따로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전국에 60여 곳이 있고, 알코올 외에도 도박이나 인터넷 중독 같은 것도 함께 다룬다. 비용 부담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비밀도 보장된다고 하니, 이제는 "가봐도 되나" 하는 망설임보다 그냥 한번 전화라도 걸어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50대, 다들 끊으라고 하는 이유

이 나이쯤 되면 주변에서 술 얘기가 많아진다. 영양제를 아무리 챙겨 먹어도 술만큼은 절대적으로 끊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찾아보니 근거가 있는 얘기였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알코올을 담배와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최근 WHO는 아예 "암 위험에 있어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라고 못 박았다. 소량이라도 유방암, 대장암, 간암, 식도암, 구강암 같은 암 위험을 높인다는 거다. 한두 잔 정도는 괜찮다고 믿었던 예전 상식이 이제는 틀린 얘기가 됐다. 알면서도 잘 안 끊어지는 게 문제지만, 적어도 이제는 "몰라서 마신다"는 핑계는 댈 수 없게 됐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국가암정보센터와 WHO 자료를 다시 찾아보게 됐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정리해서 보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지금은 양이라도 줄여 보려 하고 있는데, 이게 맞는 방향인지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언젠가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나 병원에서 제대로 상담 한 번 받아보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스스로 판단하고 넘어가는 것보다, 한 번쯤 정식으로 짚어보는 게 맞는 것 같아서다. 이렇게 글로 적어 보니, 막연했던 걱정이 조금은 또렷해진 느낌이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전국 어디서나, 24시간) — 1577-0199
· 보건복지상담센터 — 국번 없이 129
· 지역별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찾기 — 보건복지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운영 및 현황」 mohw.go.kr
참고자료
· 리얼푸드, 「美 정부가 삭제한 음주량, 1잔은 괜찮은 걸까」(WHO 「Alcohol and Cancer」 보고서 인용) — realfoods.co.kr
· 국가암정보센터, 「음주와 암」 — cancer.go.kr
· 삼성서울병원, 「적당한 음주량은 몇 잔?」 — samsunghospital.com
· 서울대학교 국민건강지식센터, 「음주」 — hqcenter.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