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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폐색으로 입원하면 대부분 가장 먼저 금식을 하고, 코로 위까지 관을 넣어 고인 것을 빼내면서 장이 스스로 풀리기를 기다려요. 많은 경우 수술 없이 좋아지지만, 장으로 피가 통하지 않는 신호가 보이거나 며칠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으면 수술을 하게 되죠. 환자분들이 가장 힘들어하시는 건 사실 통증보다 이 금식과 콧줄이더라고요.
1편에서는 병원에 오기 전까지 궁금한 증상과 검사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번 2편에서는 병원에 도착한 뒤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제가 병동과 중환자실에서 옆에서 지켜본 모습 그대로 풀어볼게요.
막힌 정도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져요
소장폐색은 크게 부분 폐색과 완전 폐색으로 나눠요. 부분 폐색은 길이는 좁아졌지만 가스나 액체가 조금씩은 지나가는 상태라서, 금식하고 장을 쉬게 해 주면 저절로 풀리는 경우가 많아요. 완전 폐색은 말 그대로 길이 꽉 막힌 상태라 방귀도 대변도 멈추고, 장이 꼬이거나 조여서 피가 통하지 않게 될 위험도 훨씬 높죠. 그래서 의료진은 CT 결과와 환자 상태를 보고 먼저 지켜볼지, 바로 수술할지를 판단하게 돼요.
배가 아픈데 물까지 금식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목이 너무 마른데 물 한 모금만 안 될까요?" 금식 중인 환자분께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말이에요. 마음은 정말 드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거든요. 이미 막힌 곳 위로 소화액과 가스가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물이나 음식이 들어가면 그만큼 장이 더 부풀고, 구토도 심해지고, 장벽에 가해지는 압력도 커지니까요.
이렇게 장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쉬게 해주는 걸 장 휴식(bowel rest)이라고 불러요. 그동안 필요한 수분과 전해질은 수액으로 채워 드리고요. 입이 바짝 마르는 건 어쩔 수 없어서, 간호사들은 입안을 자주 적셔 드리거나 입술 보습제를 발라 드리면서 조금이라도 덜 괴롭게 해 드리려고 애써요.

콧줄은 위에 고인 것을 빼내는 통로예요
금식과 함께 자주 하는 게 콧줄, 정식 이름으로는 NG tube(비위관, 코를 통해 위까지 넣는 가느다란 관) 삽입이에요. 솔직히 환자분들의 불만이 가장 많은 부분이 여기예요. 넣을 때 코와 목이 불편하고, 넣은 뒤에도 계속 이물감이 있으니까요. "이거 언제 빼요?"라는 질문은 거의 매 근무마다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 관이 하는 일이 꽤 커요. 위와 장에 고인 액체와 가스를 밖으로 빼내서 배의 압력을 줄여 주고, 구토를 막아주거든요. 누워 계신 상태에서 토하면 그게 폐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이 생길 수 있는데, 특히 어르신들에게는 이게 정말 위험해요. 간호사들은 콧줄로 나오는 양과 색을 꼼꼼히 기록하는데, 나오는 양이 줄고 방귀가 나오기 시작하면 장이 다시 움직인다는 신호라서 관을 뺄 준비를 하게 되죠.
수술 없이 좋아지는 경우도 많아요
장유착으로 생긴 폐색, 특히 부분 폐색은 금식과 콧줄, 수액 치료만으로 며칠 안에 풀리는 경우가 많아요. 병원에 따라서는 콧줄로 물에 녹는 조영제를 넣고 몇 시간 뒤 엑스레이를 찍어서, 조영제가 대장까지 내려갔는지 확인하기도 하는데요. 대장까지 잘 내려갔다면 수술 없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 의료진도 환자분도 한시름 놓게 되더라고요.
이 기간 동안 간호사들은 배가 얼마나 부풀었는지, 통증의 양상이 바뀌지 않았는지, 열이나 맥박에 변화가 없는지를 계속 확인해요. 환자분께 가능하면 자주 걸으시라고 권하기도 하는데, 움직이는 게 장운동을 돕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거든요.
이럴 때는 수술로 넘어가요
장이 꼬이거나 조여서 혈류가 끊기는 교액(strangulation)이 의심될 때, 완전 폐색이면서 상태가 나빠질 때, 며칠을 기다려도 좋아지지 않을 때는 수술을 하게 돼요. 탈장이나 종양처럼 원인 자체를 없애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수술은 복강경으로 하기도 하지만, 유착이 심하거나 장 일부를 잘라내야 하는 경우엔 배를 크게 여는 개복수술을 하게 되죠.
개복수술을 받으신 분들 중에서도 연세가 많거나 심장, 신장 질환이 함께 있는 분들은 중환자실로 오셔서 지켜보게 돼요. 수술 후에는 몸속 수분 균형이 크게 흔들리고, 혈압이 떨어지거나 소변이 줄기도 하고, 감염이 생기면 패혈증으로 번질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중환자실에서는 혈압과 소변량, 혈액 검사 수치를 몇 시간 간격으로 살피면서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늦어지면 이런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요
가장 무서운 건 장에 피가 통하지 않아 장이 괴사하는 거예요. 괴사가 진행되면 장에 구멍이 나는 천공이 생기고, 장 안의 내용물이 배 안으로 새어 나와 복막염과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구토가 계속되면서 생기는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도 가볍게 볼 수 없는데요, 이게 심해지면 신장 기능까지 떨어지거든요. 앞에서 말씀드린 흡인성 폐렴도 고령 환자에게는 흔한 합병증 중 하나고요. 1편에서 증상이 심해지면 참지 말고 바로 병원에 오시라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재발은 생각보다 흔해서 신호를 기억해 두시는 게 좋아요
장유착으로 한 번 폐색을 겪은 분은 다시 폐색이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아요. 수술로 유착을 풀어도 그 수술 자체가 또 새로운 유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퇴원하시는 환자분들께 제가 꼭 말씀드리는 신호는 이런 거예요. 배가 다시 빵빵하게 부풀기 시작할 때, 쥐어짜는 통증이 파도처럼 반복될 때, 속이 메스껍고 토할 때, 그리고 방귀가 평소보다 확 줄었을 때요. 이런 증상이 함께 오면 "또 그건가?" 하고 버티지 마시고, 예전에 장폐색으로 치료받았다는 사실을 병원에 꼭 알려주세요. 그 한마디가 진단을 훨씬 빠르게 해 주거든요.
퇴원 후 식사는 한 번에 많이 드시기보다 조금씩 나눠서, 꼭꼭 씹어 드시는 게 좋아요. 섬유질이 아주 질긴 음식은 회복 초기에 한동안 조심하시라고 안내받는 경우가 많고요. 구체적인 식이는 담당 의료진의 안내를 따르시면 돼요.
금식하고, 콧줄 끼고, 며칠씩 누워 계셔야 하는 과정이 환자분께는 정말 힘든 시간이라는 걸 옆에서 많이 봐 왔어요. 그래도 왜 이렇게 하는지 알고 나면 조금은 덜 답답하실 것 같아서 이 글을 썼어요. 혹시 가족 중에 이 과정을 겪고 계신 분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글은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의 장폐색 항목,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MSD 매뉴얼, 미국 NIH StatPearls의 Small Bowel Obstruction 자료를 참고해서 제 경험과 함께 정리했어요.
개인 경험과 중환자실 관찰을 바탕으로 쓴 주관적인 기록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병원 시스템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