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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빵빵하게 부풀고, 쥐어짜듯 아프다가 잠깐 괜찮아졌다가 결국 누런 물이나 초록빛 물까지 토하게 된다면 단순 변비보다는 소장폐색을 먼저 의심해 봐야 해요. 예전에 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고요. 방귀가 조금 나온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병도 아니거든요.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소장폐색으로 입원하시는 분들을 정말 자주 만나요. 대부분은 일반병동에서 치료를 마치고 퇴원하시는데요, 개복수술(open surgery, 배를 크게 열고 하는 수술)을 받으셨거나 연세가 많으신 분, 다른 지병이 함께 있는 분들은 중환자실로 오셔서 한동안 지켜보기도 해요. 그렇게 만난 환자분과 보호자분들이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들이 있더라고요. 이번 1편에서는 병원에 오기 전까지 궁금한 것들, 그러니까 증상과 구분법, 검사 이야기를 정리해 볼게요. 실제 치료 과정은 2편에서 이어서 쓰려고 해요.

 

소장폐색은 음식과 가스가 지나가는 길이 막힌 상태예요

소장은 위와 대장을 잇는 아주 긴 관이에요. 음식물이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영양분이 흡수되는데, 어딘가가 막히면 그 위쪽으로 음식물과 가스, 소화액이 계속 고이게 되죠. 성인에게 생기는 소장폐색의 가장 흔한 원인은 예전 수술로 생긴 장유착이고, 그다음이 탈장, 종양 순이예요. 병원 질환 백과에 자세한 정의는 잘 나와 있으니 여기서는 짧게 넘어가고, 환자분들이 실제로 궁금해하시던 이야기 위주로 풀어볼게요.

배가 부풀고 토하고 아픈 건 한 가지 원인에서 시작돼요

복부 팽만, 구토, 복통이 한꺼번에 오는 이유는 사실 다 연결돼 있어요. 우리 몸은 침, 위액, 쓸개즙, 췌장액 같은 소화액을 하루에 몇 리터씩 장 안으로 내보내거든요. 길이 막히면 이 액체와 가스가 빠져나갈 곳이 없으니 장이 풍선처럼 늘어나고, 그래서 배가 부풀어 오르는 거예요.

장은 막힌 걸 밀어내려고 평소보다 세게 수축하는데, 이때 파도처럼 쥐어짜는 통증이 왔다가 잠깐 사라지기를 반복하죠. 그래도 내려갈 곳이 없으니 결국 거꾸로 올라와서 토하게 되고요. 막힌 위치가 위쪽이면 구토가 일찍, 심하게 시작되고, 아래쪽이면 배가 먼저 불러오다가 나중에 냄새가 심한 구토를 하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변비와 가장 다른 점은 구토와 쥐어짜는 통증이에요

"변비가 좀 심한 거 아닌가요?" 하고 버티다 오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단순 변비는 주로 대장 쪽 문제라서 변이 딱딱하고 배가 더부룩하긴 해도, 방귀는 대체로 나오고 토하는 일은 드물거든요. 반면 소장폐색은 통증이 파도처럼 몰려오고, 구토가 동반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방귀까지 막히는 게 특징이에요.

다만 어르신들은 변이 대장에 꽉 차서 굳어버리는 분변매복 때문에 장폐색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해요. 집에서 둘을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구토가 함께 온다면 변비약부터 드시기보다는 병원에서 확인받는 게 안전해요.

방귀나 대변이 나와도 안심하기엔 일러요

병동에서 근무할 때마다 "방귀 나오셨어요?"를 입에 달고 살아요. 그래서인지 환자분들도 방귀가 나오면 다 나은 줄 아시는데, 이건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요. 치료 중에 방귀가 나오는 건 장이 다시 움직인다는 좋은 신호가 맞아요. 하지만 증상이 막 시작됐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죠.

막힌 곳보다 아래쪽에 남아 있던 가스와 변은 한동안 계속 나올 수 있거든요. 그래서 초기에는 대변을 보더라도 폐색이 진행 중일 수 있어요. 일부만 막힌 부분 폐색일 때도 가스가 조금씩 빠져나가고요. 반대로 방귀도 대변도 완전히 멈췄다면 길이 거의 다 막혔다는 신호일 수 있어서 더 서둘러야 해요.

장맛비는 길은 뚫려 있는데 장이 멈춘 상태예요

장폐색과 자주 헷갈리는 게 장맛비(ileus)예요. 장폐색은 유착이나 탈장처럼 무언가가 물리적으로 길을 막은 거라면, 장맛비는 길은 열려 있는데 장 자체가 움직임을 멈춘 상태를 말해요. 수술 직후, 마약성 진통제를 쓸 때, 혈액 속 칼륨이 부족할 때, 배 안에 염증이 있을 때 잘 생기죠.

둘 다 배가 부르고 토하고 방귀가 안 나와서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워요. 그래서 간호사들은 청진기로 배 소리를 자주 들어보는데요, 폐색 초기에는 장이 막힌 곳을 뚫으려고 애쓰느라 높고 금속성인 소리가 나는 반면, 장맛비는 이상할 만큼 조용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물론 최종 구분은 영상 검사로 하게 돼요.

수술한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장유착은 생길 수 있어요

"수술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그게 왜 지금 문제예요?" 이 질문도 정말 많이 들어요. 배 안을 수술하고 나면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섬유질로 된 띠 같은 조직이 생기는데, 이게 장끼리 또는 장과 배 안쪽 벽을 붙여버리는 게 장유착이에요. 유착 자체는 평생 증상 없이 지내는 분도 많지만, 어느 날 장이 그 부분에서 꺾이거나 조이면 폐색이 생기는 거죠.

맹장 수술, 제왕절개, 자궁 수술, 대장 수술처럼 배나 골반을 여는 수술은 모두 원인이 될 수 있고, 시기도 수술 후 몇 주일 수도, 수십 년 뒤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병원에서는 배가 아파 오신 분께 예전 수술 이력을 꼭 여쭤봐요.

이런 분들은 조금 더 조심하시는 게 좋아요

배나 골반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분이 가장 대표적이에요. 그 밖에 탈장이 있는 분, 크론병처럼 장에 염증이 반복되는 질환이 있는 분, 복부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분도 위험이 높은 편이죠. 어르신들은 특히 주의가 필요한데, 통증을 덜 표현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늦게 발견되기 쉽고, 구토로 인한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도 훨씬 빨리 오거든요. 중환자실로 오시는 분들 중에 고령 환자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CT는 어디가 막혔고 장이 괜찮은지를 보는 검사예요

병원에 오시면 간단한 복부 엑스레이를 먼저 찍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검사는 대개 CT예요. CT로는 늘어난 장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부푼 장과 쪼그라든 장이 만나는 지점인 이행부(transition point)가 어디인지를 확인해서 막힌 위치를 찾아요. 탈장이나 종양 같은 원인이 보이는 경우도 있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으로 가는 피가 잘 돌고 있는지 보는 거예요. 장이 꼬이거나 조여서 혈류가 끊기는 교액(strangulation)이 의심되면 수술을 서둘러야 하거든요. 그래서 CT 결과가 수술할지, 금식하며 지켜볼지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조영제를 쓰는 검사라 신장 기능 수치도 함께 확인하게 돼요.

이런 증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으로 가셔야 해요

통증이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쉬지 않고 계속 심해질 때, 열이 나거나 맥박이 빨라질 때, 변에 피가 섞여 나올 때는 장에 피가 제대로 가지 않는 신호일 수 있어요. 구토가 멈추지 않거나 방귀와 대변이 완전히 끊긴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예전에 배 수술을 받은 분이라면 이런 증상이 겹칠 때 참지 말고 응급실로 가시는 게 좋아요.

다음 2편에서는 병원에 온 뒤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배가 아픈데 왜 물 한 모금까지 금식해야 하는지, 환자분들이 가장 힘들어하시는 콧줄(NG tube, 코를 통해 위까지 넣는 가느다란 관)은 왜 넣는지, 수술 없이 낫는 경우와 수술까지 가는 경우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재발할 때 살펴볼 증상까지 간호사로서 옆에서 본모습 그대로 풀어볼게요.

참고한 자료

이 글은 제 병동과 중환자실 경험에 아래 자료들을 함께 참고해서 정리했어요.

장폐색의 원인과 증상, 기본 치료 흐름은 MSD 매뉴얼 일반인용 「장폐색」을 참고했고, 장마비와의 차이는 같은 매뉴얼의 「창자 막힘(장마비)」 항목을 바탕으로 했어요.

장유착이 가장 흔한 원인이라는 점과 CT 검사, 교액 위험에 관한 내용은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IH)에서 제공하는 StatPearls 「Small Bowel Obstruction」을 참고했어요.

국내 자료로는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의 「장폐색」 항목과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을 함께 살펴봤어요.

개인 경험과 중환자실 관찰을 바탕으로 쓴 주관적인 기록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병원 시스템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