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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잠을 함부로 대했다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는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나도 20~30대 내내 그렇게 살았다. 근데 오십을 넘기고 보니, 제일 후회되는 게 딱 이거다. 잠이 이렇게 중요한 건지 너무 늦게 알게 된 것.
중고등학교, 대학, 사회 초년생 때까지도 "제때 자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TV 보다가, 책 읽다가, 아니면 친구들이랑 술 마시다가 취해서 잠드는 게 일상이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6시간 넘게 제대로 잔 날이 거의 없었고, 그마저도 '숙면'이라고 부를 만한 잠은 손에 꼽는다.
12시간 근무와 함께 무너진 잠
근무 강도가 센 일을 하다 보니, 못 자면 바로 다음 날 티가 났다. 그러니까 오히려 몸이 무거워질 때까지 술을 마시고 억지로 잠을 청하는 날이 많아졌다. 어떤 날은 밤 9시에 누웠는데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결국 새벽 3시에 포기하고 그냥 일어나 버린 적도 있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머리가 멍하고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혔다. 웃긴 건,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새운 다음 날 저녁엔 오히려 곯아떨어지듯 잠들었다는 거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니까 "이대로는 진짜 안 되겠다" 싶었다.

잠이 그냥 '쉬는 시간'이 아니더라
나중에 찾아보고 알았는데, 자는 동안 뇌는 낮에 배운 걸 정리해서 기억으로 저장하고, 동시에 필요 없는 노폐물도 치운다고 한다. 그 사이 면역체계랑 혈관 같은 조직들도 손상된 부분을 고치고 다음 날 쓸 준비를 한다. 그러니 못 자거나 자꾸 깨는 날이 반복되면 이 회복 과정 자체가 제대로 안 돌아가는 거다. 그 결과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길게 보면 심장질환, 뇌졸중, 비만, 당뇨, 우울증, 심지어 치매 위험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무시할 일이 아니었다.
여기서 내가 제일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은, 평일에 못 잔 잠을 주말에 몰아 자면 만회된다고 생각한 거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잠은 시간만 채운다고 되는 게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자는지, 얼마나 규칙적으로 자는지가 같이 맞아야 진짜 회복이 된다.
몸이 무거워질 때까지 술을 마시고 억지로 잠을 청하던 날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제일 미련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바꿔본 것들
여러 번 실패하면서 결국 나한테 맞는 방법 3가지를 찾았다. 하나는 몸을 적당히 피곤하게 만드는 거였다. 격렬한 운동 말고 필라테스나 가벼운 산책 정도로. 너무 힘든 운동은 오히려 교감신경을 자극해서 잠을 방해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둘째는 술이랑 야식을 줄이는 거였다. 술 마시면 잠이 빨리 드는 것 같아도, 사실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새벽에 자꾸 깨게 만든다. 셋째, 이게 나한테 제일 효과가 좋았던 건데, 침대 머리맡에 작은 스피커를 두고 빗소리를 낮은 볼륨으로 틀어 놓고 자는 거였다. 이상하게 이걸 시작하고 나서부터 훨씬 안정적으로 잠들 수 있었다. 일정한 소리가 바깥 소음을 덮어주면서 심리적으로도 안심이 되는 것 같다.
지금도 매일 완벽하게 자는 건 아니다. 근무가 센 날은 여전히 힘들다. 다만 예전처럼 "잠은 나중에 몰아 자면 되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때 그렇게 버틴 시간이, 사실은 그냥 버텨진 게 아니라 몸에 조금씩 빚으로 쌓인 거였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찾아본 자료는 NIH News in Health의 'Good Sleep for Good Health'였다. 오십 넘어서야 이런 걸 진지하게 찾아보게 됐다는 게, 쓰면서도 조금 머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