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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건강 뉴스를 보다가 알레르기 관련해서 아나필락시스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냥 지나치려다가 예전 기억이 하나 떠올라서 오랜만에 이 주제로 글을 써 보려고 해요. 저한테는 꽤 개인적인 경험이 얽혀 있는 주제이기도 하거든요.

일식집 알바 시절, 처음 목격했던 알레르기 반응

학생 때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요. 어느 날 젊은 백인 부부가 아기를 안고 들어와서 식사를 주문했는데요, 샐러드를 먹던 중 손님이 드레싱이 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땅콩과 미소된장을 함께 넣은 소스라고 설명해 드렸더니, 그 순간 손님 얼굴이 갑자기 새파랗게 질리더니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가시는 거예요.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 땅콩 알레르기가 있으셨던 거였고 차에 있던 응급약을 쓰러 그렇게 달려 나가신 것 같더라고요. 그때는 그냥 놀라기만 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게 바로 아나필락시스 초기 반응이었던 셈이죠.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알레르기 기록을 왜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남기는지 새삼 느끼게 될 때가 많아요. 환자마다 특정 약물에 대한 알레르기가 저마다 다르고, 치료 중에 투여한 약 때문에 갑자기 기도가 좁아지면서 응급 상황으로 번지는 경우도 실제로 있거든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생긴 나쁜 결과는 결국 의료진의 책임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알레르기 병력 확인은 절대 대충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에요. 최근 텍사스에서 참깨 표기를 빠뜨린 향신료 제품이 리콜된 것도 같은 맥락이더라고요. 샌안토니오 인근의 한 향신료 회사가 만든 소시지 시즈닝과 치킨 시즈닝 등 여러 제품에 참깨가 들어갔는데 표기가 안 돼 있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가장 심각한 등급인 클래스 1로 분류해서 회수에 들어갔죠. 참깨는 이제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관리하는 9대 주요 알레르기 유발 식품 중 하나라서, 표기 누락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아나필락시스, 몸속에서 이렇게 번져 나가요

특정 물질에 노출되면 몸속에 이미 만들어져 있던 IgE 항체가 반응하면서 비만세포라는 면역세포가 한꺼번에 터지고, 히스타민 같은 화학물질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게 아나필락시스의 시작이에요. 원인은 음식이 가장 흔한데, 땅콩 같은 견과류, 갑각류, 달걀, 우유,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참깨까지 포함됩니다. 약물도 무시할 수 없어서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 조영제, 소염진통제, 마취제에서도 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벌에 쏘이거나 곤충에 물리는 것, 라텍스 접촉도 원인이 될 수 있어요. 병원에서 새로운 약을 투여하기 전마다 알레르기 병력을 반복해서 확인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고요.

노출 후 몇 분에서 한 시간 이내에, 피부 쪽으로 두드러기와 홍조, 입술이나 눈꺼풀이 붓는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요. 곧이어 목이 조이는 느낌, 쌕쌕거리는 호흡음, 숨이 차는 증상처럼 호흡기 쪽으로 번지고, 혈압이 뚝 떨어지면서 어지럽고 맥박이 빨라지다가 심하면 실신까지 이어지기도 해요. 구토나 복통,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이 겹치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여러 장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증상이 터지는 게 특징이라 손 쓸 틈이 워낙 짧죠.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건, 초기 증상이 가라앉았다고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는 점이에요. 이상성 반응이라고 해서 처음 증상이 좋아진 뒤 몇 시간이 지나서 다시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서, 병원에서도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계속 지켜보게 되는 거예요.

병원에서는 이렇게 응급처치를 해요

병원 응급실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하는 처치는 에피네프린을 허벅지 바깥쪽 근육에 주사하는 거예요. 팔보다 허벅지에 주사했을 때 약효가 더 빠르고 혈중 농도도 높게 올라가거든요. 효과가 부족하면 5분에서 15분 간격으로 반복 투여하기도 해요. 그와 동시에 기도 상태와 의식 수준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산소를 공급하거나 심한 경우 기관 삽관까지 준비하게 되고요. 환자는 다리를 올린 자세로 눕히되,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구토 증상이 있으면 자세를 조정해서 편하게 해 드려요. 혈압이 떨어진 상태라면 정맥으로 수액을 빠르게 공급하고,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를 함께 투여해서 이상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을 낮추는 작업도 병행해요. 스테로이드는 즉각적인 효과는 없지만 나중에 증상이 다시 올라오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하죠. 이렇게 급한 처치가 끝나도 최소 몇 시간, 상황에 따라 24시간 정도는 계속 관찰하면서 이상성 반응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지켜보게 돼요.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응급처치도 알아두시면 좋아요

주변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심하게 나타나는 걸 보게 되면, 당황해서 머뭇거리는 시간이 오히려 제일 위험해요. 만약 그 사람이 에피네프린 자가주사기를 가지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허벅지 바깥쪽에 주사해 주시는 게 우선이에요. 주사 후에도 반드시 119에 신고해야 하는데, 증상이 좋아진 것처럼 보여도 이상반응 때문에 병원 이송은 꼭 필요하거든요. 5분에서 15분이 지나도 호전이 없으면 두 번째 주사를 놓을 수 있으니 여분을 항상 챙겨 두시는 게 좋고요. 환자는 다리를 올리고 눕히되, 숨 쉬기 힘들어하면 억지로 눕히지 말고 편한 자세를 찾아주세요. 그리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거나 걷게 하는 건 피해야 해요. 자세가 갑자기 바뀌면서 심장으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져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거든요. 항히스타민제만으로는 아나필락시스를 멈출 수 없다는 것도 꼭 기억해 주시고요, 어디까지나 에피네프린을 대체할 수는 없는 보조적인 약이에요.

한국 음식이 인기인 만큼, 알레르기 표기도 함께 챙겨야죠

요즘 미국에서 한국 음식 인기가 정말 대단하잖아요. 저도 가끔 불고기나 김밥을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꼭 표기해 두고 따로 설명도 해 드리는 편이에요. 참깨, 참기름, 간장(콩), 땅콩 같은 재료들이 한식 소스에 은근히 많이 들어가거든요. 미국은 알레르기에 대해 개개인이 굉장히 세심하게 신경 쓰는 문화라서, 이런 작은 배려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정말 큰 사고를 막아주는 일이 될 수 있더라고요.

개인 경험과 중환자실 관찰을 바탕으로 쓴 주관적인 기록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병원 시스템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

참고 자료

서울아산병원 - 아나필락시스(Anaphylactic shock)
NCBI StatPearls - Anaphylaxis
ACAAI - Epinephrine Auto-Injector
The Healthy - Texas Seasoning Recall (Undeclared Ses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