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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초, 시댁 식구들 앞에서 울어버렸다 — 알고 보니 요로감염이었다

신혼 초였다. 타주에 사시던 시댁 식구들이 시누이와 조카까지 데리고 우리 집을 찾아오셨다. 12시간을 운전해서 오신 거였다. 나는 원래 스스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성격이라, 애초에 잘 보이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어차피 어지간히 해도 마음에 들까 싶어서, 그냥 최대한 편하게 대하려고만 했다. 그분들은 시골에서 오셨고, 나는 대도시에 살고 있었으니 매일 그분들이 좋아할 만한 곳으로 가이드해 드렸다. 다행히 나에게는 흔히 말하는 시월드의 쓴맛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분들도 나에게 폐가 될까 봐 먹을 음식까지 직접 챙겨 오실 정도로 조심스러워하셨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아무리 편한 사이라 해도 '시' 자가 붙으면 뭔가 모르게 몸이 긴장했던 걸까. 내 몸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계속 가는데, 시원하지가 않았다

화장실을 유난히 자주 가게 됐다. 그런데 가도 가도 시원하게 볼 수가 없었다. 남편은 일하러 나가고 없었고, 나는 혼자서 가이드를 계속했다. 그 와중에 화장실 문제를 티 내기가 싫어서, 이틀을 그냥 참으며 버텼다. 그때는 간호사가 되기 전이었고, 지금처럼 검색 몇 번으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그냥 '과민성인가 보다' 하고 넘겼다.

3일째 되던 날,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정확히는 허리 뒤쪽, 등 아래쪽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팠다. 결국 참다못해 눈물이 터졌다. 다들 나를 쳐다보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렇게 응급실로 실려 갔고, 소변 검사와 피검사를 한 뒤에야 요로감염(UTI)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병명을 그때 처음 들었다. 5일 치 항생제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정말이지 통증이 상상 이상이었다.

요로감염이 왜 허리까지 아프게 만들까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몰랐다. 요로감염은 방광이나 요도에 세균이 감염되는 하부요로감염과, 신장까지 세균이 올라가는 상부요로감염(신우신염)으로 나뉜다. 단순 방광염일 때는 소변이 자주 마렵고 시원하지 않은 잔뇨감, 소변 볼 때의 따끔거림 정도가 주된 증상이다. 그런데 이 염증을 방치하고 넘기면 세균이 요관을 타고 신장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이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신호는 옆구리나 허리 통증, 그리고 발열이다.

내가 3일째 느꼈던 그 끊어질 듯한 허리 통증은, 지금 생각하면 단순 방광염을 넘어 신장 쪽까지 염증이 번지기 시작했다는 신호였을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응급실에서 바로 검사를 받고 항생제를 시작해서 큰 탈 없이 지나갔지만, 만약 그때도 계속 참았다면 신우신염이 더 심해져 패혈증 같은 전신 감염으로 번질 수도 있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왜 하필 그 타이밍에 왔을까

돌이켜보면 몸 상태와 마음 상태는 따로 놀지 않는다는 걸 그때 처음 느꼈다. 스트레스는 실제로 방광 기능과 면역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몸이 긴장하거나 피곤한 상태가 지속되면 평소라면 별문제 없었을 세균에도 염증이 잘 생긴다. 손님을 치르느라 물도 제때 못 마시고,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보며 참고, 매일 낯선 긴장 속에서 가이드를 하던 그 며칠이 몸에는 꽤 무리였던 셈이다. 시댁 식구들이 나에게 잘해주셨던 것과 별개로, '시'라는 글자가 주는 무형의 긴장감이 분명 있었던 것 같다.

하루 만에 나았는데, 왜 약을 끝까지 먹으라고 했을까

항생제를 받아 들고 집에 온 다음 날이었다. 신기하게도 하루 만에 그 지독하던 통증이 씻은 듯 사라졌다. 이제 다 나았나 보다 싶어서 약을 그만 먹으려 했는데, 생물학을 전공한 남편이 정색을 하며 말렸다. "통증 없어졌다고 약 끊으면 안 돼. 끝까지 다 먹어야 해." 그러면서 5일 치 약을 다 먹을 때까지 매번 챙겨줬다.

솔직히 그때는 왜 그렇게까지 강조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프지도 않은데 약을 계속 먹어야 하는 이유를 몰랐으니까. 그런데 간호사가 된 지금은 안다. 항생제로 통증이 사라졌다는 건 세균 수가 줄어서 증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됐다는 뜻이지, 세균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이때 약을 중단하면 살아남은 일부 세균이 다시 증식하면서 재발하기 쉽고, 더 큰 문제는 그 세균들이 그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나중에 같은 감염이 다시 왔을 때 같은 약이 안 듣는 상황이 생긴다. 남편이 그렇게 끝까지 챙겼던 이유를,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정확히 안다.

원인, 예방, 그리고 치료

요로감염은 대부분 대장균 같은 세균이 요도를 타고 방광까지 올라가면서 시작된다.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잘 걸리는 이유는 요도 길이가 짧아서 세균이 방광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소변을 오래 참는 습관, 수분 섭취 부족, 성관계,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 그리고 나처럼 긴장과 피로가 겹친 상황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물을 충분히 마셔서 소변으로 세균이 자연스럽게 씻겨 나가도록 하는 게 가장 기본이다.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말고 바로 화장실에 가는 것, 배뇨 후 앞에서 뒤 방향으로 닦는 습관, 성관계 후 배뇨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치료는 보통 세균성 감염이므로 항생제가 기본이다. 다만 앞서 말했듯 증상이 사라졌다고 임의로 중단하지 않고, 처방받은 기간을 반드시 끝까지 채우는 게 핵심이다. 만약 항생제를 다 먹었는데도 증상이 계속되거나, 열이나 옆구리 통증이 새로 생긴다면 신장까지 염증이 번졌을 가능성이 있으니 재진료가 필요하다.

이런 신호는 그냥 넘기지 않았으면 한다

여성 절반 이상이 평생 한 번쯤은 겪는다고 할 정도로 요로감염은 흔한 질환이다. 그만큼 가볍게 여기고 넘어가기 쉽지만, 다음과 같은 신호가 있다면 참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게 맞다. 소변을 봐도 개운하지 않고 자꾸 마려운 느낌이 며칠째 계속될 때, 소변볼 때 따끔거림이나 하복부 불편감이 동반될 때, 그리고 특히 옆구리나 등 쪽 통증에 열까지 겹칠 때는 신장까지 염증이 번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나처럼 손님을 치르느라, 혹은 바쁘다는 핑계로 이틀 사흘씩 참아버리는 사람이 분명 나 말고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화장실 신호가 오면 미루지 않는 것.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며칠의 통증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이제는 꼭 지키려고 하는 습관이다.

참고자료

이엠디헬스케어 - 요로감염, '쉬쉬' 하다 병 키운다: https://www.mdon.co.kr/news/article.html?no=18655
Flexicare - 요로 감염: 증상, 원인 및 예방법: https://flexicare.com/ko/urinary-tract-infections/
닥터나우 - 스트레스와 방광염 증상의 관계: https://doctornow.co.kr/content/qna/b90c204381c144c3a41afa9f79a876d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