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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가 더 이상 듣지 않는다는 것, 중환자실에서는 생각보다 흔한 일이에요

중환자실에서 일하다 보면 고령 환자분들 중에 "이 항생제도 안 듣고, 저 항생제도 안 듣는" 상황을 종종 마주하게 되거든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항생제라는 게 당연히 세균을 죽이는 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에 있어 보니 그게 늘 통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배양검사 결과지에 R(Resistant, 내성)이라는 표시가 줄줄이 떠 있는 걸 보면, 담당 의료진들도 남은 선택지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이게 바로 오늘 이야기하려는 다제내성균, 흔히 MDRO(Multidrug-Resistant Organism)라고 부르는 문제예요. 두 가지 이상의 계열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을 가리키는 말인데, 언론에서는 종종 '슈퍼박테리아'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엄밀히는 조금 다른 개념이에요.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경우가 슈퍼박테리아에 가깝고, MDRO는 그보다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용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왜 이런 균들이 생겨나는 걸까요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과정 자체는 사실 자연스러운 진화의 결과이기도 해요. 항생제에 노출된 세균 집단 중에서 우연히 저항력을 가진 개체가 살아남고, 그 개체가 번식하면서 내성 유전자가 퍼지는 방식이거든요. 문제는 사람이 항생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할수록 이 과정이 훨씬 빨라진다는 데 있어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몇 가지를 꼽을 수 있어요. 증상이 나아졌다고 처방받은 기간을 채우지 않고 중간에 복용을 멈추는 경우, 감기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도 항생제를 요구하거나 처방하는 관행, 병원에서 여러 환자를 거치며 균이 전파되는 원내 감염, 그리고 축산업에서 성장 촉진 목적으로 항생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해 온 관행까지 다양하게 얽혀 있어요.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항생제 사용이 늘어날수록 세균이 내성을 획득할 기회도 함께 늘어나고, 특히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이 내성의 발생과 확산을 촉진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더라고요.

고령 환자분들이 유독 취약한 이유도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면역 기능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으로 병원 출입이 잦아지면서 원내 감염에 노출될 기회 자체가 많아지거든요. 게다가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처럼 여러 환자가 밀집해서 생활하는 환경에서는 균이 사람 사이로 옮겨가기도 훨씬 쉬운 조건이 만들어져요. 실제로 국내에서도 카바페넴 내성 장내 세균 속균종(CRE)이나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같은 균들이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감염관리의 중요한 과제로 다뤄지고 있어요.

항생제, 제대로 복용한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이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아요. 항생제 복용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처방받은 용량과 기간을 정확히 지키는 거예요. 증상이 하루이틀 만에 호전됐다고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몸속에 남아 있던 균 중 상대적으로 내성이 강한 개체들이 살아남아 오히려 더 강한 균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어요.

또 하나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남은 항생제를 다음에 비슷한 증상이 생겼을 때 임의로 복용하지 않는 거예요. 항생제는 원인균의 종류에 따라 선택되는 약인데, 증상만 비슷해도 같은 약이 듣는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오히려 불필요한 노출만 늘려서 내성균이 자리 잡을 확률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리고 감기나 독감처럼 바이러스가 원인인 질환에는 항생제가 애초에 효과가 없다는 점도 다시 한번 짚고 싶어요. 세균 감염이 아닌데 항생제를 복용하는 건 몸에 도움이 안 될 뿐더러 불필요하게 내성균이 자랄 환경만 만들어 주는 셈이니까요.

복용 시간대를 일정하게 지키는 것도 은근히 중요해요. 혈중 항생제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돼야 균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데, 복용 간격이 들쑥날쑥하면 그 농도가 떨어지는 구간이 생기고, 그 틈에 살아남은 균이 저항성을 키울 기회를 얻게 되죠. 그래서 하루 3번 복용이면 대략 8시간 간격, 2번이면 12시간 간격으로 맞춰서 최대한 규칙적으로 챙기시는 게 좋아요.

이미 MDRO에 감염됐다면, 지금 어떤 치료들이 쓰이고 있을까요

MDRO 감염이 확인되면 우선 배양검사와 감수성 검사를 통해 남아 있는 항생제 중 어떤 약이 그나마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요. 국내에서는 KONSAR, KARMS, Kor-GLASS 같은 항생제 내성 감시체계가 운영되면서 균종별 내성률 추이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있는데, 이런 데이터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치료제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쓰이고 있어요.

치료 자체는 감염관리 전문의와 감염내과 의료진이 협진해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존 항생제를 병합해서 쓰는 병합요법, 콜리스틴처럼 부작용 위험이 크지만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둔 구계열 항생제를 다시 꺼내 쓰는 경우, 최근에는 세프타지딤-아비박탐 같은 신규 계열 약제가 일부 CRE 감염에 사용되기도 해요. 다만 고령 환자분들에게는 이런 약제들이 신장 기능이나 다른 장기에 부담을 줄 수 있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균을 억제하는 균형점을 찾는 게 치료의 관건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담당 의료진이 정확한 용량과 기간을 정해주면 환자분이나 보호자분도 그 처방을 임의로 조정하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해요.

사실 치료보다 더 강조되는 건 예방과 전파 차단이에요. 병원에서는 MDRO 보균자로 확인되면 접촉주의 격리를 적용하고, 의료진이 병실을 드나들 때마다 손 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걸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저희 중환자실에서도 내성균 환자분의 병실에 들어갈 때는 가운과 장갑을 새로 착용하고, 나올 때 바로 벗어서 다른 환자에게 옮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거든요.

집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면 좋을까요

가족 중에 MDRO 보균자나 감염 이력이 있는 고령 환자분이 계신 경우, 집에서도 몇 가지만 신경 쓰면 전파 위험을 상당히 낮출 수 있어요. 가장 기본은 역시 손 위생이에요. 환자분을 돌보기 전후로 비누와 흐르는 물로 최소 30초 이상 손을 씻거나, 손세정제를 충분히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시는 게 좋아요.

상처 부위나 도뇨관, 카테터 같은 의료기기를 삽입하고 있는 부위가 있다면 드레싱 상태를 자주 확인하고, 분비물이 새거나 발적이 생기면 바로 병원에 연락하시는 게 안전해요. 개인 물품, 특히 수건이나 면도기, 칫솔 같은 물건은 다른 가족과 따로 쓰시는 걸 권하고 싶고, 사용한 수건이나 옷은 다른 세탁물과 구분해서 뜨거운 물로 세탁하시면 도움이 돼요.

실내 환경 관리도 생각보다 효과가 있어요. 환자분이 주로 머무는 공간의 손잡이, 리모컨, 침대 난간처럼 자주 만지는 표면은 알코올 소독제나 가정용 소독티슈로 주기적으로 닦아주시고, 환기를 자주 시켜 실내 공기가 정체되지 않게 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에요. 다만 이런 관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환자분을 가족으로부터 지나치게 격리하거나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일상적인 접촉이나 포옹, 함께 식사하는 정도는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정서적인 고립이 회복에 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기본적인 위생 수칙만 지키면서 평소처럼 지내시는 게 균형 잡힌 접근이라고 생각해요.

영양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도 은근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고령 환자분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단백질과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고 충분한 수분을 유지하는 게 감염 재발을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거든요. 그리고 정기적으로 외래를 방문해서 감염 재발 여부를 확인받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항생제 내성 문제는 결국 병원만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처방받은 약을 정확히 복용하고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려는 개개인의 습관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고령 가족이 계신 분들이라면 오늘 이야기한 내용을 참고하셔서 평소 항생제 복용 습관과 집안 위생 관리를 한 번쯤 점검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참고자료

 

질병관리청, 항생제 내성 정보 (kdca.go.kr)
질병관리청, 국내 의료관련감염병(다제내성균) 감시현황과 감시체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대한의사협회지(JKMA), 다제내성균 현황

개인 경험과 중환자실 관찰을 바탕으로 쓴 주관적인 기록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병원 시스템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