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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보를 걷고 나서야 알게 된 고관절 이야기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살을 빼라고 강요하는 편은 아니다. 다만 체중이 좀 있다 싶은 지인에게는 농담처럼 이렇게 말하곤 한다. "딱 10%만 빼면 10년은 더 살걸." 진심 반, 농담 반이지만 속뜻은 하나다. 무릎이나 고관절 같은 뼈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만 체중을 유지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런데 최근 해외여행을 하면서 하루 2만 보 이상씩 걸어 다녔다. 나한테는 그 정도가 그저 평소 수준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 체중도 딱히 무리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한쪽 엉덩이뼈 쪽에 뭔가 무리가 온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자세가 이상했나, 신발을 잘못 신었나, 아니면 그냥 나이 탓인가 싶어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해 본다.

한쪽만 아픈 고관절, 원인이 뭘까

많이 걸은 뒤 한쪽 엉덩이 바깥쪽이나 골반 옆쪽이 아픈 경우,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대전자 통증 증후군(Greater Trochanteric Pain Syndrome, GTPS)이다. 예전엔 고관절 점액낭염이라고 불렀는데, 최근 연구들은 이게 단순한 염증이라기보다는 엉덩이 옆쪽 뼈(대전자)에 붙는 중둔근·소둔근이라는 엉덩이 근육의 힘줄이 과사용으로 손상되면서 생기는 힘줄병증에 가깝다고 본다. 오래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옆으로 누워 잘 때 유독 아픈 게 특징이고, 40~60대 여성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지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다만 40~50대라면 이것 말고도 짚어봐야 할 원인이 하나 더 있다. 국내 정형외과 자료들을 보면 연령대별로 고관절 통증의 주된 원인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20~40대는 고관절 충돌 증후군이나 관절 순 손상이 많은 반면, 40~60대로 넘어가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나 초기 퇴행성 관절염 같은, 뼈 자체의 노화성 변화가 원인이 되는 비중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즉 단순히 근육 피로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나이대가 나이대인 만큼 관절 자체의 변화도 함께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자세 교정만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

다행히 GTPS라면 상당수는 보존적 치료, 즉 수술 없이도 나아진다. 엉덩이 근육의 불균형(약해진 중둔근, 뻣뻣해진 고관절 굴곡근)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아서, 물리치료를 통한 스트레칭과 근력 강화, 충분한 휴식, 필요하면 소염진통제 정도로 관리하는 게 첫 단계다. 다만 한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진단 후 1년이 지나도 36%가, 5년이 지나도 29%가 여전히 증상을 갖고 있었다는 결과도 있어서, 자세를 조금 고친다고 며칠 만에 씻은 듯이 낫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골반이 한쪽으로 틀어져 있거나 양쪽 다리 길이가 살짝 다른 경우에도 이런 통증이 잘 생기는데, 이 부분은 물리치료로 교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신발,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번에 찾아보면서 새삼 느낀 게 신발의 역할이다. 많은 정형외과 자료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게, 오래 신어 쿠션이 죽고 굽 한쪽만 닳은 신발이 걸음걸이 자체를 바꿔놓는다는 점이다. 신발 밑창을 살펴봤을 때 뒤꿈치나 한쪽 면이 유난히 많이 닳아 있다면, 그건 이미 내 몸이 그 신발에 맞춰 삐뚤어진 걸음걸이를 하고 있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한다. 발볼이 넉넉하고 쿠션과 아치 지지가 충분한 신발, 미끄럼 방지가 잘 된 밑창을 고르는 게 고관절에 실리는 충격을 줄이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오래 걷는 여행 중이라면 평소보다 신발 상태를 한 번 더 점검해 볼 만하다.

수술까지 가야 하는 경우

보존적 치료를 3~6개월 이상 꾸준히 했는데도 통증이 계속 심해지고, MRI나 CT에서 힘줄이 실제로 찢어졌거나 연골 손상이 확인되는 경우엔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힘줄 손상이 문제라면 관절경으로 손상된 힘줄을 봉합하는 수술을, 관절 자체가 심하게 닳은 퇴행성 관절염이라면 인공관절 치환술(고관절 수술)을 하게 된다. 겁부터 나는 게 당연한데, 참고로 인공 고관절 수술은 정형외과 수술 중에서도 만족도가 높은 축에 속하고, 대규모 등록 자료에서도 수술 후 재수술(재치환술)이 필요한 비율은 몇 퍼센트대로 비교적 낮게 보고된다.

수술 후에도 재발할 수 있을까

재발이나 합병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수술 후 다리 길이가 살짝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정도가 1~2cm를 넘으면 걸음걸이에 영향을 줘서 오히려 다시 고관절이나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엔 신발 굽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해결되기도 한다. 드물게는 뼈가 있어서는 안 될 연부조직에 새로 자라나는 이소성 골화나, 감염, 탈구 같은 문제로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보고된다. 그래서 수술 후 회복기에도 발볼이 넉넉하고 쿠션이 좋은 신발, 미끄럽지 않은 밑창을 신는 게 중요하다고 자료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걸음걸이가 아직 새 관절에 적응하는 중이라, 이 시기의 신발 선택이 낙상 예방과 회복 속도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하려는 것

이번 일로 배운 건, 많이 걸었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통증이 며칠 넘게 이어진다면 나이 탓으로만 넘기지 말고 신발부터 점검한 뒤 정형외과에서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 확인받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특히 40~50대라면 단순 근육 피로인지, 관절 자체의 변화가 시작된 건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나이대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개인 경험과 중환자실 관찰을 바탕으로 쓴 주관적인 기록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병원 시스템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