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개월에 한 번씩 어딘가로 떠난다.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다. 조건은 하나, 아무도 나를 모르는 낯선 곳이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떠났다 돌아오면 병원 인트라넷에 로그인할 아이디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로 머릿속이 완전히 백지가 되어 있어야 다시 일할 힘이 생긴다. 중환자실 일은 체력만 갈아넣는 일이 아니다. 감히 말하자면 정신적 노가다에 가깝다. 환자만 상대하는 게 아니라 보호자와의 신경전도 일상이고, 다른 과 의료진과의 소통도 매번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환자의 밑도 끝도 없는 불평을 들어줘야 할 때도 있고, 환자는 전혀 협조적이지 않은데 의사의 지시는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 사이에 낀 샌드백처럼 너덜너덜해진 채로 퇴근하는 날이 많다. 그래서 나는 3개월을 넘기지 않고 반드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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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8. 23. 07: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