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물렸을 때, 왜 "그냥 소독하고 넘길 일"이 아닐까요중환자실에서 일하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마주치는 케이스가 있어요. 바로 동물에 물려서 오는 환자분들이에요. 개한테 물렸는데 며칠 참다가 오시는 분, 산이나 밭에서 벌레한테 물린 것 같다며 열이 나서 오시는 분, 심지어 뱀에 물리고도 "별거 아니겠지" 하고 하루 이틀 지켜보다가 상태가 확 나빠져서 실려 오시는 분까지, 유형도 다양해요. 공통점은 하나예요. 다들 처음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셨다는 거예요. 상처가 작아 보이고, 피도 금방 멎고, 소독약 바르고 밴드 붙이면 될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며칠 지나고 나서 상처 부위가 벌겋게 붓고, 열이 오르고, 심하면 온몸에 균이 퍼지는 패혈증까지 가는 경우를 실제로 여러 번 봤어요. 그래서 오늘은 동물에 물..
요즘 애들 그렇게 건강 챙기는데, 왜 대장암은 자꾸 늘어날까요중환자실에서 일하다 보면 예전에는 거의 못 봤던 나이대의 환자를 마주치는 순간들이 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대장암이라고 하면 60대, 70대 환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30대 후반, 심지어 20대 후반 환자를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처음 이런 케이스를 접했을 때는 "이 나이에?" 하고 차트를 다시 확인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요즘 뉴스나 논문을 찾아보니 이게 저만의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더라고요.더 이상한 건, 요즘 20~30대는 저희 세대보다 훨씬 건강에 진심이라는 점이에요. 헬스장 다니면서 근력운동 열심히 하고, 단백질 보충제나 오메가 3 같은 서플리먼트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술 담배도 예전 세대보..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다 아는 그 이름, 맥토미니의 심장 이야기경미한 부정맥인데 왜 시술까지 받을까 - 중환자실에서 매일 보는 것들을 떠올리며축구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스콧 맥토미니를 모르실 리 없죠. 맨유에서 뛰다가 나폴리로 이적해서 지금은 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자리 잡은 선수인데, 최근에 "경미한 양성 부정맥"이 발견돼서 펄스장 절제술이라는 시술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나폴리 구단 공식 발표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나와 있고, A매치 기간이 끝나면 복귀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이 소식을 보고 좀 이상하게 느끼신 분들 많을 거예요. 저도 처음엔 "젊고 건강한 운동선수인데 왜 심장에 문제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요. 근데 병원에서, 특히 중환자실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 케..
모기 한 마리로 시작되는 감염 -오래전 기억 하나초등학교 때 유난히 예뻤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아주 오랫동안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있었던 게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는 그게 정확히 뭔지도 몰랐고, 그냥 "무서운 병에 걸렸다"는 것만 알았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이 병이 다시 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래된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웨스트나일열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 그중에서도 주로 빨간집모기 계열(Culex 속)에 물려서 걸린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는 병은 아니다. 감염된 새를 문 모기가 다시 사람을 물면서 옮기는 구조다. 물린다고 다 병에 걸리는 것도 아니어서, 감염되더라도 70~80%는 아무 증상도 없이 지나간다. 나머지에서는 발열, 두통, 근육통,..
오십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 몇 달째 안 낫는 어깨 통증의 진짜 정체ICU 간호사가 직접 겪은 어깨 통증 이야기몇 달 전부터 오른쪽 어깨가 뭔가 이상했다. 심하게 아픈 건 아닌데,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느낌이랄까. 처음엔 그냥 "나이가 들어서 오십견이 왔나 보다" 하고 넘겼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도 나는 오십견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분명 그때는 나한테 오십견이 왔구나 싶었다. 근데 병원 일을 하면서 환자들의 어깨 통증 케이스를 많이 봐 온 입장에서, 뭔가 패턴이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팔을 그냥 위로 뻗을 땐 아프지 않았다. 근데 벽을 짚고 힘을 주면서 위로 밀어 올릴 때, 그리고 오른팔을 바깥쪽으로 돌릴 때만 어깨 뒤쪽이 콕콕 쑤셨다. 반대쪽 팔은 멀쩡했다. 이게 ..
2만 보를 걷고 나서야 알게 된 고관절 이야기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살을 빼라고 강요하는 편은 아니다. 다만 체중이 좀 있다 싶은 지인에게는 농담처럼 이렇게 말하곤 한다. "딱 10%만 빼면 10년은 더 살걸." 진심 반, 농담 반이지만 속뜻은 하나다. 무릎이나 고관절 같은 뼈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만 체중을 유지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그런데 최근 해외여행을 하면서 하루 2만 보 이상씩 걸어 다녔다. 나한테는 그 정도가 그저 평소 수준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 체중도 딱히 무리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한쪽 엉덩이뼈 쪽에 뭔가 무리가 온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자세가 이상했나, 신발을 잘못 신었나, 아니면 그냥 나이 탓인가 싶어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해 본다.한쪽만 아픈 고관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