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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과 생활습관

유전의 힘을 절실히 느끼게 된 순간들에 대해병원에서 환자의 병력을 확인할 때는 늘 부모님의 병력도 함께 묻는다. 처음엔 그냥 정해진 절차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일을 오래 할수록 이 질문 하나가 얼마나 많은 걸 설명해 주는지를 절실히 느낀다. 부정하고 싶어도, 유전의 힘은 노력의 힘을 이길 때가 생각보다 많다.아버지와 나, 그리고 A1C 숫자내 아버지는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나는 정기검진을 받을 때마다 남들이 굳이 요청하지 않아도 A1C 혈당 검사를 자진해서 받는다. 그런데 결과는 늘 경계선 근처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 식습관을 조절한다고 하는데도 그렇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먹는 습성 자체가 아버지와 닮았다. 아버지도 마른 체형이셨고, 술을 좋아하셨지만 과식은 하지 않으셨다. 지금의 나도 딱..

카테고리 없음 2026. 9. 6. 08:22
브레인 포그가 치매의 전조 증상인가?

뭘 찾으러 왔더라, 그 순간마다 드는 두려움50대가 되면서 찾아온 브레인 포그, 그리고 자주 병동에서 마주치는 치매 환자들 사이에서 든 생각 50대가 넘어가면서부터 가끔 이런 순간이 있다. 뭔가를 하러 방으로 걸어가다가 딱 멈춰 서서 "내가 뭘 찾으러 왔더라" 하고 한참을 서성인다. 대부분은 몇 초 지나면 기억이 돌아오지만, 그 몇 초 동안 드는 두려움은 매번 꽤 크다. 나도 혹시.이런 생각이 유난히 크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나는 중환자실에서 자주 치매 환자들을 본다. 그래서 그분들의 이야기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증상이 심한 분은 정말 다섯 살 아이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아주 경미해서 처음 몇 마디 나눠 봐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가족의 증언과 전문가의 인지..

카테고리 없음 2026. 9. 5. 08:00
고령 환자의 수술 후 섬망, 그리고 가족들이 놓치고 있던 변화에 대해

원래 안 이러셨는데요,라는 말을 들을 때요즘 중환자실엔 80대, 심지어 90대 환자도 드물지 않다. 의료 기술이 좋아지면서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냈을 큰 수술을 고령 환자들도 받는다. 그런데 수술 직후 회복 과정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종종 난감한 순간이 온다. 보호자가 병상 옆에서 이렇게 묻는 것이다. "우리 아버지 원래 이러지 않으셨어요. 왜 이렇게 되신 거예요?"수술 전까지 멀쩡하시던 분이 마취에서 깨고 나서 갑자기 날짜를 헷갈려하고, 낯선 사람을 아들로 착각하고, 밤새 손을 휘저으며 뭔가를 뜯어내려 한다. 가족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매일 이런 환자들을 보는 나로서는, 이 반응이 사실 아주 흔한 패턴이라는 걸 안다. 전신마취와 긴 수술이 뇌에 남기는 부담7~8시간씩 ..

카테고리 없음 2026. 9. 4. 09:00
수술 전 음주, 그 위험한 변수

다람쥐가 보인다던 그 환자, 그리고 술을 못 끊는다는 것의 무게수술 전 음주가 왜 그렇게 위험한 변수가 되는지, 중환자실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돼서 겪은 일이다.40대 초반 남성 환자였다. 응급으로 손가락 절단 수술을 받았는데, 사실 이 정도 수술이면 회복 후 깁스하고 귀가하거나 일반 병동으로 가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그는 곧장 우리 중환자실로 옮겨 왔다. 수술 도중 심장에 무리가 와서였다.입원한 지 24시간쯤 지나서 내가 그를 맡았다. 처음엔 평범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옷을 다 벗기 시작하더니 심전도 케이블을 뜯어내고, 집에 가야 한다며 병실을 서성거렸다. "환자분, 지금은 안 됩니다. 조금만 더 계시면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퇴원 절차 봐 드릴게요" 하고 환자를 진정시키고, 의사 선생님께 급히 보고..

카테고리 없음 2026. 9. 3. 08:50
열이 날 때, 해열제는 언제 먹는 게 맞을까

간호사 초년 시절, 아직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 그날 담당하던 환자분 체온이 37.7도쯤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미열 수준이지만, 그때는 환자분 본인이 "몸이 으슬으슬하고 열이 나는 것 같다"며 타이레놀을 달라고 하셨다. 나도 신입이었으니 당연히 드려야 하는 줄 알고 오더를 확인했는데, 담당 선생님이 잠깐 기다려 보자고 하셨다. "지금 이 정도면 몸이 스스로 싸우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 해열제를 넣으면 오히려 몸이 열심히 만들고 있는 면역 반응을 꺾어버릴 수 있어요. 조금 더 오르면 그때 드립시다." 그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조금씩 이해가 됐다.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열이 조금이라도 나면 무조..

카테고리 없음 2026. 9. 2. 08:54
손톱과 발톱이 몰래 보내는 건강신호

병원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자꾸 눈이 가는 것들이 있다나는 옛날부터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다. 손톱을 만졌을 때 어떤 느낌인지를 유심히 살피는 버릇. 매끈매끈하고 부드러운 느낌일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손톱 위에 세로줄이 딱딱하게, 마치 굳은살이 박힌 것처럼 도드라져 있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신기하게도 몸 상태가 별로였던 날과 겹친다. 그러다가 컨디션이 좀 돌아오면 손톱도 다시 매끈해지면서 원래대로 돌아온다. 처음엔 그냥 기분 탓인가 싶었는데, ICU에서 일하면서 이게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는 걸 점점 확신하게 됐다.중환자실에서 일하다 보면 환자분들 손과 발을 정말 자주 만지게 된다. 라인을 잡을 때도, 산소포화도 클립을 손가락에 끼울 때도, 목욕을 시켜 드릴 때도.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톱과 발톱..

카테고리 없음 2026. 9. 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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